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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처음” 동네 곳곳 벌레 사체… 러브버그에 점령당한 은평구

입력 : 2022-07-04 06:00:00 수정 : 2022-07-04 08: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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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상인 급히 영업 접어 타격

3일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지하철 출입구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는 이른바 ‘러브버그’(사랑벌레·사진)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계단 사이와 구석, 심지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서도 짝짓기 중인 러브버그와 사체가 발견됐다. 길이는 1㎝가 조금 안 되지만 주로 짝짓기를 하고 있어 두 마리가 붙어 있다 보니 손톱 한마디 길이는 돼 보였다. 한 시민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으려다가 러브버그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시민들은 바닥에 가득한 러브버그 사체를 피해 계단을 오르내렸다.

 

연신내역 근처 연서시장 주변 전봇대와 나무 밑에도 상인들이 쓸어놓은 러브버그 사체로 가득했다. 상인들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특히 음식을 파는 상인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어 걱정이 컸다. 휴일인데도 상당수 점포 문이 닫혀 있었다. 러브버그 때문에 오전에 출근했다가 장사를 포기하고 귀가한 것이라고 주변 상인들이 귀띔했다.

 

연서시장 정육점 직원 이준우(59)씨는 “(러브버그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냥 까맣다. 10년간 장사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고기를 팔려면 냉장고를 열어야 하는데 그사이에 벌레가 들어갈까봐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러브버그가 주로 산에서 내려오는 탓에 산 근처 주택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은평구 갈현동 앵봉산 근처 주택가에서 12년째 거주하고 있는 주민 김명희(68)씨는 “여기 동네 사람들은 러브버그가 불빛 보고 들어온다고 해서 밤에 불을 다 끄고 있다”며 “밝은색을 좋아하는지 아침에 보면 흰색 차에 가득 붙어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은평구 등 서울 서부지역 보건소는 이날 오후 집중적으로 방역활동을 벌였다. 방역 차량이 이동하며 살충제를 뿌렸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발견되는 파리과 곤충이다. 올해엔 유독 장마 기간이 길어지며 날씨가 습해진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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