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냉각타워 속 날개 부러지며 생긴 일로 추정
안전점검 완료 후 건물 통제 해제…주민 불안 여전
주민 “위험 징후 없대도 다시 들어가기 무섭다”

“누워있는데 뭔가 지진처럼 순간 흔들리는 느낌이 나는 거예요. 긴가민가해 가만히 있다가 그런 느낌이 계속되길래 뛰쳐나왔더니 이미 몇명이 나와 있더라고요.”
서울 소재 지상 20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인 르메이에르 종로 타운이 1일 오전 10시24분쯤 약 5분간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긴급 출동했다. 그 여파로 입주민 1000명 이상이 대피하고 건물 진입이 통제되는 등 4시간 가까이 소동이 이어졌다.
이 건물 11층에 거주 중이라는 한 주민은 진동을 직접 느꼈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또다른 주민 이모씨는 “큰 진동은 못 느꼈지만, 안내 방송이 계속 나오고 밖이 소란스러우니까 뭔 일이 났구나 싶어 정신없이 휴대전화와 지갑만 챙겨 나왔다”며 “처음 안내 방송을 들었을 때는 긴급 대피훈련인가 하고 안 나갔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4분쯤 르메이에르 빌딩 9~12층이 5분 이상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먼저 진동을 느낀 50여명이 빠져나온 뒤 오전 10시39분쯤부터 대피 안내 방송이 지속돼 소방서 추산 1000여명이 건물 밖으로 몸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거동이 불편해 건물에 남아있던 80대 여성 등 4명이 수색에 나선 소방관과 함께 뒤늦게 대피했다.
종로소방서는 건물 주변에 안전 통제선을 설치해 출입을 전면 통제했고, 도시가스공사에서도 사고 방지를 위해 건물 전체의 가스를 차단하는 등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
소방 당국과 종로구청은 옥상에 설치된 냉각 팬 구조물이 훼손돼 떨어지면서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병익 종로구 도시관리국장은 이날 “건물 옥상(21층)에 있던 높이 20m, 지름 3m짜리 대형 냉각 타워 안에 있는 냉각 팬 날개 중 하나가 부러진 시기와 진동이 있었던 시기가 어느 정도 일치했다”며 “추가로 현장 확인을 한 결과 위험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냉각 팬 1기에 달린 날개 4개 중 1개가 파손돼 균형을 잃은 채 거대한 냉방기기가 계속 작동하면서 건물에 진동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파손돼 떨어진 날개는 1m 정도의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국장은 “해당 건물이 2007년에 준공돼 (냉각기) 노후로 날개가 손상됐다고 보고 관리소 측과 날개 전체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전부 교환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건물은 지난 3월 안전점검을 한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현장에 도착한 담당 안전진단업체는 입주민 등에게 안내 문자를 통해 “건물 옥상에 있는 3m 크기의 냉각 팬 손상으로 오피스텔 쪽 건물에 진동이 발생했다”며 “소방서의 안전 진단 결과 ‘문제없음’으로 확인돼 이용상 문제가 없는 만큼 정상 운영 중이니 안심하고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2시10분 건물 통제가 해제되며 현재 평상시처럼 출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제선 인근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은 통제가 해제된 뒤에도 불안한 표정으로 건물 주위를 맴돌았다.
이들은 현장 관계자에게 “들어가도 되는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묻는가 하면, 건물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건물에서 7년째 거주 중이라는 김모씨는 “설마 서울 한복판에서, 제가 사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안전점검이 끝났다고 해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시 들어가기 무서운 게 사실”이라며 “수년간 이곳에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2007년 준공된 르메이에르 종로 타운은 1~5층은 상가, 6~20층은 오피스텔로 각각 이뤄진 지상 20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로, 상가 354세대와 오피스텔 529세대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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