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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학 갈래? 그냥 다닐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엉터리’ 설문에 학부모 뿔났다

입력 : 2022-06-21 17:59:37 수정 : 2022-06-21 2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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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로구 소재 중학교서 진행 과정·안전 문제 놓고 갈등
교육청 “이미 학부모들이 찬성” VS 학부모 “그런 적 없어”
지난 13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선정된 서울 종로구 소재 청운중 전경. 예정대로라면 내년 초부터 운동장에서 신축건물 공사가 시작된다. 김수연 기자

 

“강제로 전학 갈 건지, 그냥 학교에 남을 건지 ‘반협박’에 가까운 설문 조사였어요. 근처에 갈 학교도 마땅치 않기도 했고, 처음엔 사업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으로 참여한 거죠”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개축·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둘러싸고 선정 학교의 학부모와 학교, 서울교육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학부모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엉터리 설문을 근거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교육청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족 탓에 학부모들이 반발하며 진통을 겪었었는데, 올해도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2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종로구 소재 청운중에서 학교 구성원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돼 철회 위기에 놓였다. 학부모 측은 사업 선정 과정이 비상식적이며 추후 공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안전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로, 40년 이상 된 노후 학사를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판 뉴딜 과제’로 선정돼 교육부에서 2020년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의 12기 시절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사업 대상에 선정된 청운중은 올해 건설업체 선정 등을 마무리 짓고 내년 초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민간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고 정부가 시설 임대료를 지불하는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개축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공사 기간은 약 2년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청운중 학부모 대다수는 사업의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학부모 대상 설문 조사부터 엉터리라는 게 이들 학부모의 주장이다.

 

이 학교 운영위원인 학부모 서모씨는 “학교 측에서 학부모들에게 지난해 공사 진행 찬반 설문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사를 전제로 한 선택지뿐이었다”며 “모든 과정이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서울 청운중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개축 공사 추진 관련 설문 조사 결과.

 

실제 세계일보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7~8월 학부모를 대상으로 두차례의 설문에서 공사 진행 ‘찬반’에 대한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은 1안 ‘공사 기간 중 기존 본관 건물 또는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하고 완공 후 새 교사에 입주’와 2안 ‘관내 인근 학교로 학생 분산 배치-공사 시작 당시 재학생 전체 분산 전학 조치, 공사 기간 중 학교 휴교’ 2개의 선택지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385명(학생 181명, 학부모 171명, 교직원 33명) 중 82.1%가 1안을, 17.9%가 2안을 각각 택했다. 학교 측은 이 설문 결과를 근거로 본관 건물을 개축하겠다고 구성원에게 알렸다.

 

지난 13일 교육청과 학교, 사업 우선협상대상인 건설업체, 학부모 등이 참여한 제안 설명회에서도 이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고성이 오가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서울 청운중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제안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보이콧한 채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청운중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청운중 학부모회에 따르면 당시 이 자리에서 서울교육청 측은 “학부모들에게 몇차례에 걸쳐 설문을 진행했다”며 “82%가 1안에 찬성했기 때문에 개축에 동의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가 이 자리에서 “이미 선정이 됐으니 어쩔 수 없다”, “학부모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동의한 일이다”, “반대하는 학생은 인근 학교로 전학 보내면 된다” 등의 발언을 하자 몇몇 학부모들이 설명회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여졌다.

 

1학년에 아이가 재학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지난해 결정돼 반대 의견조차 내지 못했다”며 “사실상 아이는 학교 다니는 내내 공사 소음 속에서 공부하다 새 건물은 사용도 못 해보고 졸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며 “‘마루타’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부모 오모씨 역시 “학교 측에서 한 설문은 제대로 된 설문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모회에서) 다시 설문과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며 “학교의 설문은 ‘그냥 학교에 다닐래? 강제 전학 갈래?’라는 질문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이 같은 반발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짧은 답변만 건넸다.

 

관할인 서울중부교육지원청과 서울교육청은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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