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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공공기관장 임기제와 신·구 권력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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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23:36:56 수정 : 2022-06-21 23: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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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소모적 논쟁 반복
한국판 ‘플럼북’ 도입 인사지침 활용을

정권교체는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의 변화는 물론이고 전임 정부 주요 인사들의 퇴진을 동반하며 행정부나 공공 분야에서 국정을 주도하는 신진그룹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세력교체는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고위직을 둘러싼 인물교체로 구체화되면서 전임 정부와 현 정권의 갈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정권이 바뀌면 가치지향과 이념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으로의 교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임기제 주요 보직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권교체가 되면 당연히 바뀌는 국무위원 등의 고위 정무직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부 부처 산하기관장을 비롯하여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장의 거취에 관해서는 상충되는 요인이 충돌한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보장하는 임기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규범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직업관료제의 취지와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볼 때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국민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현 정권이 이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혐의가 바로 정권교체 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므로 더욱 명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지켜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정권의 공공기관장 사퇴 압력은 ‘내로남불’로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반면 고도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인 국민권익위와 방통위 등의 수장 자리에 정치적 편향이 두드러진 인물이 임명된 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 또한 논리적 정합성을 지닌다. 상식적 관점에서 특정 정권 편향 인사는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임기제 자리에 임명되면 안 된다. 이 두 요소가 충돌하면서 공공기관장 직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한국판 ‘플럼북’(plum book) 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서 대선 후 차기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행정부와 공공기관 직위 리스트를 대선 임기와 맞춰 4년마다 발간해 새 정부의 인사지침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정치적 중립보다 새 정권과의 ‘코드’와 지향하는 가치가 중요한 기관장은 새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취지이다. 이 방법 이외에 아예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2년 6개월로 함으로써 대통령과 진퇴를 함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엽관제(獵官制·spoil system)를 도입하고 있지만 플럼북을 통해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와 코드 인사가 가능한 직책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공직이 전리품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정권적 발언과 정치적 편향을 무기로 정권에 줄을 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한국 정치에서 중립적 인사가 아닌 인물이 임기제를 내세우면서 자리를 고집하는 것 역시 구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플럼북이 됐든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게 바꾸든 간에 중요한 원칙은 진영정치에 편승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자리를 노리는 퇴행적 정치의 퇴출이다. 합리적 보수와 상식적 진보의 정신을 내팽개친 채 극단과 과도한 쏠림으로 출세를 도모하는 정치낭인들이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문화를 차제에 바꿀 수 있는 정치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미시적으로는 정권교체기에 발생하는 신구 권력의 충돌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치교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이 두 가지가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때 갈등과 상충하는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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