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 깨면 그는 영웅이 된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6-21 15:00:00 수정 : 2022-06-21 17:08: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BBC, 미시시피州 법무장관 린 피치 집중 조명
낙태제한법 폐지 위기 몰리자 대법원에 상고
"여성들, 이제 경력과 육아 사이 ‘선택’ 불필요"
트럼프 열렬 지지… ‘反페미니즘’ 비난 받기도
미국 미시시피주 법무장관 린 핀치. SNS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주지사도,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을 지낸 경력도 없는 한 여성 정치인에 미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시시피 주정부 관료로 오래 근무한 린 피치(60)라는 이름의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현재 미시시피주 법무장관인 피치는 주정부와 주의회가 합작해 만든 낙태제한법을 놓고 위헌 논란이 벌어지자 되레 “낙태를 허용한 기존 법률·판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간 장본인이다.

 

보수 성향이 짙은 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한 기존 판례를 뒤집는다면 피치는 공화당의 일약 영웅이 되어 주지사 당선은 물론 워싱턴의 중앙 정치무대 데뷔도 가능하다는 게 미 정가의 시각이다. 다만 피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봉자란 점에서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BBC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의 운명을 끝장낼 수도 있는 여성’이란 제목 아래 린 피치를 집중 조명한 기사. BBC 홈페이지 캡처

20일(현지시간) BBC는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의 운명을 끝장낼 수도 있는 여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피치를 집중 조명했다. 1973년 대법원이 내린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여성이 임신 후 24주일 이내에는 자유 의사에 따른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유출돼 큰 파장을 일으킨 현 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문 다수의견 초안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틀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약 50년 만에 판례 변경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피치는 1961년 11월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나 미시시피 주립대를 졸업했다. 학부 전공은 경영학이었으나 이후 로스쿨을 다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화당원인 그는 미시시피 주의회 자문역, 주정부 법무장관 보좌관 등으로 정치 분야에서 경험을 쌓다가 2011년 주정부 재무장관이 되며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피치는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여성과 남성의 업무량이 동일하면 임금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입법을 추진했다. 오늘날 그를 비난하는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규정하듯 ‘반(反)페미니스트’나 ‘여성 차별주의자’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7년 동안 재무장관으로 일하고 2018년 법무장관으로 옮긴 피치는 본격적으로 낙태 관련 사안을 다루게 된다. 보수 색채가 짙은 미시시피주는 정부와 의회가 힘을 합쳐 그해 낙태제한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임신 15주 이후로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라 사실상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주법원의 1·2심에선 모두 주정부가 졌다.

 

이때 법무장관 피치가 중요한 아이디어를 냈다. 주법원의 판결 이유는 “해당 법률이 여성의 낙태권을 폭넓게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이에 피치는 ‘로 대 웨이드’ 판례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며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갔다.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보수 대 진보가 6 대 3인 보수 절대우위 구도로 재편된 대법원은 조만간 이 사건 판결을 선고한다. 이미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위헌이란 내용의 판결문 다수의견 초안이 공개된 점에서 보듯 미시시피 주정부의 승소 가능성이 무척 높은 상황이다.

 

피치는 왜 낙태를 반대할까. BBC에 따르면 그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나온 50년 전과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피치는 “과거에 전문직 여성들은 자신의 경력과 출산 및 육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오늘날 모든 여성은 꿈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동시에 예쁜 아이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피치 본인은 결혼해 딸 둘, 아들 하나를 뒀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 낙태 찬반론자들이 각종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갖다 놓은 모습. 워싱턴=EPA연합뉴스

BBC는 대법원이 조만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엎는다면 피치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BBC는 “미시시피주 법무장관 연임은 물론 차기 주지사 선거 출마도 점쳐진다”고 전했다. 다만 피치 본인은 미시시피 주지사 도전 여부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진보 진영에선 피치가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란 점을 문제삼는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던 2016년 미시시피주에 유세를 하러 왔을 때 바로 곁에 있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보도된 바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한테 진 트럼프가 승복을 거부하고 대선 결과 번복을 꾀하며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을 때 거기에 합류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리브 니나 '매력적인 눈빛'
  • 아이리브 니나 '매력적인 눈빛'
  • 우주소녀 엑시 '너무 사랑스러워'
  • 에스파, 패리스 힐튼 만났네…
  • 선미 '시선 사로잡는 헤어 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