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물류난, 임금인상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업규모를 줄여도 버티기 힘들자 폐업을 선택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뉴스1이 한국기계거래소의 경매 출품 품목 수를 분석한 결과 개인사업자 또는 기업이 등록한 기계설비 매물은 코로나19 이후 2년 연속 3000건(다회차 매물 포함)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경매 회차 68회~96회)엔 2952건이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97회~145회)에는 3484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146회~194회)엔 3014건으로 3000건을 넘겼고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기계거래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자본재공제조합이 기계설비 유통활성화를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중소벤처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기계·설비거래 플랫폼 자산거래중개장터에서도 지난해 매물 건수는 838건으로 사이트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784건 대비 6.9% 증가했다.
그간 중고 기계 거래는 중소 제조업체 간 이뤄졌기 때문에 제조업 경기의 가늠자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중고 기계·설비에 대한 수요가 없어 고철 용도로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중소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상황이 한계에 내몰린 제조 중소업체들이 생명줄과 같은 기계·설비를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폐업이 속출하면서 관련 기계·설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체력이 약한 제조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줄도산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기초체력이 받쳐주는 대기업은 유동성을 확장해 버틸 수 있지만 중소 제조 기업은 대출 이자 부담을 버텨내기 어렵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불발에 따른 인건비 리스크도 중소 제조업체들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전후로 생산성이 정체된 중소 제조업체들은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적위원 27명 중 반대 16명, 찬성 11명으로 '내년 적용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한 금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금리 인상 추세가 지속되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신용보증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