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주요국 브라질 제외 거의 좌파
브라질도 10월 대선서 변화 가능성 커
美 우방 콜롬비아 대외정책 변화 전망
베네수엘라와 관계 회복 등 노선 주목

미국 안마당인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분홍 물결(Pink Tide)이 거세다. 미국의 핵심 우방인 남미 콜롬비아에서도 좌익 게릴라 출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8월 좌파 정권이 수립된다.
콜롬비아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50.4%(개표율 99.99%)의 득표율로 ‘반(反)부패통치자동맹’의 로돌포 에르난데스(77·득표율 47.3%)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8월 페트로 당선인이 취임하면 중남미 주요 국가 중 브라질을 제외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중인 브라질도 10월 대선에서 좌파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분홍 물결은 미국에 껄끄럽다. 특히 수십년간 미국의 우방이었던 콜롬비아는 대외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페트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가 필요하며,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미국 제재를 받는 반미 성향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도 관계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컨설팅 회사 ‘콜롬비아 위험 분석’(Colombia Risk Analysis)의 세르히오 구스만 이사는 좌파 집권과 관련해 “미국 공화당은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는) 분명 나빠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저 보이스는 “‘백신 외교’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미국이 중남미 지역을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남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좌파 정권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른바 분홍 물결이 나타났다. 이 흐름에서 비켜서 있던 콜롬비아 국민도 이번에는 경제 악화와 범죄 증가 속에서 변화를 택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연금 개혁과 석탄·석유 산업 축소, 부자 증세 등을 공약하며 지지를 끌어모았다. 콜롬비아는 치솟은 빈곤율과 실업률, 치안 악화로 2019년과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페트로 당선인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몸담은 좌익 게릴라 단체 ‘M-19’가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에 두 번씩 당선됐고 2012∼2015년에는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지냈다.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10년 첫 도전에선 9%를 얻어 4위에 그쳤고 직전 2018년 대선에선 결선까지 올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