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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이책만은꼭] 고위직에 여성이 드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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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0 22:55:25 수정 : 2022-06-20 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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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문제로 사회적 성공서 배제 심각
아이 포기않게 가족 친화적 정책 도입해야

노동을 통해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 자신이 꿈꾸는 바를 사회 속에 구현할 힘을 갖추는 일은 한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근본적 수단이다. 한 사람이 노년에 이르러 은퇴할 때까지 역량과 성과 이외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경력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성공을 이룩할 수 있는가는 행복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장차관 구성이나 대기업 임원 비율에서 선연히 드러나듯, 고위직일수록 여성을 찾아보기란 무척 힘들다. 당연히 역량 문제는 아니다. 경력 단계마다 여성을 사회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차별 구조가 작동하는 것이다. 특히, 출산과 육아의 문제가 여성 성공의 장애가 되는 상황이 심각하다.

메리 앤 메이슨, 니컬러스 울핑거, 마크 굴든의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시공사)는 박사학위 소지자 조사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대학원생에서 정년 보장 교수까지 미국 여성 연구자의 평생 경력을 추적하고 조사한 역작이다. 이 책은 여성 연구자들이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어떻게 사회적 성공에서 배제되는지를 경력 단계별로 명확하게 보여 준다.

현재 미국에서 박사학위 소지자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다. 그러나 학계 최상층에 해당하는 교수진의 경우, 여성 숫자가 남성 숫자보다 훨씬 적다. 더욱이 동료 남성과 달리, 여성 교수들은 독신이거나 아이가 없을 확률이 훨씬 높다. 똑같은 박사학위가 있어도 여성은 강의 전담 교수, 연구교수 같은 비정년 교원이나 시간강사로 더 많이 일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출세는 본래 어려운데, 어린아이가 있으면 출세에 더욱더 불리하다. 여성이 정년 보장 교수가 될 가능성이 남성보다 7% 낮으나, 6세 미만 자녀를 두면 그 차이가 16%로 벌어지고, 경력 포기 가능성도 아이 없는 여성 연구자보다 4배나 높아진다. 반대로 비혼이거나 무자녀 여성의 교수 임용률은 남성보다 6% 높다. 한마디로 여성의 성공에 아이는 방해가 된다. 결혼과 육아가 성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대다수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 일과 사랑의 공존이 무척 힘겹다.

여성은 박사학위를 받고 정년 보장 교수가 될 때까지 경력의 모든 단계마다 ‘내 삶에서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출산과 육아를 자신의 문제로 떠안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여성이 연인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행복을 누리는 동시에 사회적 성공을 이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많은 경우 여성 연구자가 성공하려면 사랑을 단념하거나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경력 단절을 선택하거나 비정년 자리에 만족했다. 여성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가 보장되어 있다는 연구자 사회가 이 정도이니 사회 전체로 보면 말할 나위도 없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성 비율은 높아지고 여성 비율이 낮아지는 이유이다.

여성이 결혼·출산·육아 때문에 자기실현을 저버리고 경력을 이어 갈 수 없는 사회가 정상은 아니다. 저자들은 여성이 성공을 위해 ‘중요한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가족 친화적 정책을 도입하는 등 경력 단계별로 강력한 지원 시스템을 제도화하자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기록적 저출생 문제도 결국 여성이 인생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행복이 사회적 성공과 양립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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