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어디일까? 정답은 104개국에서 3만7525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다.
지난달 9일 써브웨이의 인기 메뉴인 감자 칩 판매가 일시 중단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써브웨이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샌드위치를 고안해 남녀노소 불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대표 메뉴인 ‘잠수함’ 샌드위치(Submarine Sandwich)와 탄산음료, 사이드 메뉴 세 가지를 조합한 세트가 인기인데, 사이드 메뉴의 하나인 감자 칩은 샌드위치에 곁들여 먹을 때 고소하고 짭짤한 맛의 조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감자 칩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에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웨지 감자의 판매도 일시 중단됐었다.
당시 써브웨이는 “이상 기후에 따른 감자 수확량 감소와 지속적인 물류대란으로 수급이 불안정해 제품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된다”고 공지하면서 “이른 시간 내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안내했었다.
최근 많은 이들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여전히 직접 ‘내 삶’에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깊이 인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남태평양 해수면이 상승해서 도서(島嶼) 국가들이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자신에게는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먼 얘기로 느끼기 십상이다.
지금처럼 이상 기후가 점점 가속화돼서 점심시간에 더는 써브웨이 메뉴를 즐길 수 없게 된다면 체감할 수 있을까? 또는 브라질의 이례적 가뭄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 어렵게 된다면? 혹은 가뭄으로 할라페뇨 고추가 자라지 않아 쌀국수나 여러 음식에서 스리라차 소스(매콤한 맛을 더해주는 할라페뇨 양념)를 더는 먹을 수 없다면? 그리고 이런 소소한 변화가 점점 확대되어 우리 삶의 활동 반경을 하나둘씩 제한해 나간다면 과연 어떻게 느낄까?
이러한 변화가 상상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현재 감자와 커피콩, 할라페뇨 고추의 전 세계적인 공급량은 이례적 가뭄과 기후변화로 매우 부족하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작년 8월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산업화 이전에 단 한번 발생했던 극한 고온의 빈도가 향후 최대 8.6배 잦아질 수 있고, 그 강도도 2배 이상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온난화된 기후에서는 해수 온도의 변화가 잦아짐에 따라 엘니뇨와 라니냐 등 강우량의 이상 현상도 그만큼 여러 차례 목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고, 그 정도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변화로 이렇게 내 삶의 양식이 바뀔 수 있음을 상상해보자. 내가 좋아하던 음식을 더는 즐길 수 없고, 내가 즐겨 가던 휴가철 여행지가 사라질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던 동물을 더는 볼 수 없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불과 20~30년 안에 이런 변화가 작은 도시와 큰 도시, 더 나아가 작은 도서국가와 큰 국가, 종국에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아마 그런 상상은 그 누구도 견딜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상상은 현재 빠르게 현실로 전환되고 있다.
내가 좋아하던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행동 변화를 취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고민을 멈추고 더 늦기 전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하는 순간이다.
노서영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seoyeong@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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