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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복수와 그에 따른 고통의 악순환은 사과(謝過)가 부재하기 때문에 초래되었다. 사과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종류의 갈등이라도 완화하는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Effective Apology’, Kador)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반성의 행동을 다짐하는 사과가 마법의 힘을 지니는 지혜로운 소통 도구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사람이든 국가든 사과에 인색하다. 특히 기득권의 ‘사과 무시’ 증상은 심각하다. 그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피해 당사자는 물론 공동체가 감내해야 하는 아픔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 5월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이 또 별세했다. 자신의 참혹한 피해를 밝힌 240명의 정부 등록 할머님 중에서 생존자는 이제 열한 분만 남았다. 할머님들이 간절히 바랐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와 도시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고, 일본의 몰역사성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해야 할 사과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과의 반격인 것이다.

2019년 7월26일 이탈리아 유벤투스 축구팀이 우리나라 K-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보인 불성실한 행위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입장권이 2시간 만에 매진된 것은 호감 1위의 호날두 선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온 관중의 실망을 배려하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항의에 유벤투스는 사과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극호감의 호날두는 극비호감 ‘날강두’로 추락했다.

3월9일 대선과 6월1일 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패인, 책임, 사과를 둘러싸고 공방 중이다. 지난 수요일에 열린 ‘더 좋은 미래’ 모임 토론회에서 ‘대장동·법카 의혹의 이슈를 대하는 후보자의 태도가 국민적 공감대 혹은 중산층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었다. ‘서민경제는 힘들다고 울분을 터뜨리는데 문재인 정권은 신년사에서 우리 정부는 잘했다는 자화자찬만으로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당의 공식적인 조사와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사과는 비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이 뒤틀린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감을 회복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적절한 사과는 ①문제의 원인 ②책임 인정 ③유감 표명 ④합당한 배상·행동 ⑤재발 방지 ⑥피해자와 합의 ⑦새로운 행동 제시 등의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사과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날강두로 추락’하는 게 세상사 이치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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