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쇼호스트·연예인 등 집중 세무 조사
유명인, 규제는 쉬우면서 ‘본보기’ 효과 강력
서방, 시진핑 시대의 ‘문화대혁명’ 평가도

중국이 인터넷·문화예술계 ‘정풍운동’(잘못된 사회풍조를 바로잡음)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명 쇼호스트의 탈세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공동부유’가 중국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뒤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연예인·인플루언서들이 ‘본보기’가 되어 줄줄이 퇴출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으로서 범법행위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하지만, 중국 당국이 유독 인터넷·문화예술계를 집중 표적으로 삼는 것은 공산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인민의 분노를 돌리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징금만 수백∼수천억…유명 쇼호스트들 ‘탈세’로 잇단 퇴출
장시성 푸저우 세무국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쇼호스트 쉬궈하오가 2019년부터 2년간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번 수입액을 축소 신고해 1914만위안(약 36억원)을 탈세했다며 미납 세금에 과징금 1억800위안(약 207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중국 인터넷 플랫폼 모모에서 ‘쉬저’라는 예명으로 활동해온 그는 팔로워가 100만명에 달했다. 그의 라이브 방송 접속자는 1만명이 넘었고, 한 달 수입액이 1000만위안(약 19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쇼호스트로 꼽혔으나 2020년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유명 쇼호스트들의 대규모 탈세 적발 사례는 지난해 말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최고의 인기 쇼호스트 웨이야의 탈세 사실이 드러났다. 웨이야는 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의 인터넷 생방송 판매 플랫폼인 타오바오 생방송에서 활동하는 업계 1위 쇼호스트였다. 그는 소득을 은닉하거나 개인이 차린 회사로 소득을 이전시켜 6억490만위안(약 1212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이 드러났으며 탈루액의 2배가 넘는 13억4100만 위안(약 250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웨이야는 당시 탈세 행위 자체는 물론 역대급 과징금 스케일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에는 동영상 플랫폼 콰이쇼우에서 활동하는 인기 쇼호스트 핑룽, 지난달에는 업계 3위 쇼호스트인 쉐리의 탈세 혐의가 적발됐다. 이들은 세금과 과징금을 합쳐 각각 6200만위안(약 119억 원), 6555만위안(약 120억원)을 부과받았다. 지난 9일에는 인터넷 방송인 쑨쯔쉬안이 탈세로 인해 1171만위안(약 22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중국신문망 등 현지 언론은 “쇼호스트들에 대한 탈세 단속과 건전한 조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가세무총국은 지난 3월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들이 6개월마다 쇼호스트의 개인정보와 생방송 계정 및 급여 계좌, 수입 유형, 경영 상황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공동부유’의 적, 연예인·인플루언서
중국은 지난해 8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커진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부유’를 국가 중요 정책으로 삼았다. 다같이 잘 살아야하는 사회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은 당국의 표적이 됐다. 특히 라이브방송 등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인플루언서·쇼호스트들이 지난해부터 집중 조사 대상이 됐다.

연예인도 세무조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인기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성’의 여주인공으로 스타가 된 배우 정솽은 탈세 등으로 지난해 8월 추징금과 벌금 등 총 2억9900만위안(약 539억원)을 부과 받았다. 상하이 세무국은 정솽이 2019∼2020년 개인소득 1억9100만위안을 신고하지 않았으며 세금 4526만위안을 탈루하고 2652만위안을 덜 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드라마 ‘향밀침침신여상’, ‘봉신연의’ 등의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배우 덩룬이 탈세로 적발됐다. 덩룬은 2019∼2020년 개인소득세 등 65만1400위안(약 120억원)을 탈루해 추징금 및 벌금 총 1억600만위안(약 206억)을 내게 됐다.
정솽과 덩룬의 사례를 통해 유명 배우들이 거액의 출연료를 받으면서 이면계약을 통해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관행이 알려지자 중국 당국은 지난달 배우 출연료의 현금지급을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문화연예계 기강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 ‘연예인 교육 관리와 도덕성 강화 방안’, ‘매니저 교육 관리 규정’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팬클럽 활동, 굿즈 판매, 연예인 순위 매기기, 투표하기 등이 금지 됐으며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등이 퇴출됐다.
탈세로 적발된 연예인과 쇼호스트·인플루언서들 역시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되고 활동 흔적이 삭제되는 등 업계에서 사실상 활동이 중지됐다.

◆규제 쉽고 효과 높아…공산당 존재감 강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정풍운동의 주요 타겟이된 이유는 대중에게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기업들 보다 규제하기 쉬우면서 ‘본보기’ 효과가 강력하다.
이에 대해 서방언론에서는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이 다시 돌아왔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미국 CNN은 지난해 시작된 중국 당국의 문화예술계 정풍운동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문화대혁명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당국이 유명인을 당과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도록 하는 일종의 ‘역할 모델’로 여기며 시 주석 체제의 공산당이 점점 사상과 문화 통제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이 체제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문화대혁명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케리 브라운 런던 킹스칼리지 중국정치학 교수는 “마오쩌둥은 사회를 바꾸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시진핑의 목표는 단순하다”며 “비디오게임, 연예인, 문화와 같은 것을 제한하면서 인민에게 공산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밍 샤 뉴욕시립대 교수도 “널리 퍼져있는 대중들의 분노를 부를 향하게끔 하려는 의도”라며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같은 혁명가가된 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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