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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자본주의 실패 원인은 소유권 등 ‘시스템 부재’ 때문

입력 : 2022-06-18 01:00:00 수정 : 2022-06-17 18: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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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도 테소토/윤영호 옮김/세종서적/1만8000원

자본의 미스터리/에르난도 테소토/윤영호 옮김/세종서적/1만8000원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하는가.

‘자본의 미스터리’는 이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기존에도 다양한 분석이 있었다. 기업가 정신이나 시장 적응력 부족, 식민지였던 과거의 유산으로 인한 무능 등이 제시됐다. 지극히 선진국 시각에서 바라본 평가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대표하는 남미 최고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제3세계의 관점에서,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구사회는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가치교환의 결정적 수단인 합법적 재산체제를 만든 반면 제3세계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자산은 존재하지만, 소유권과 재산권 등 그 자산을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자본으로 전환하는 법체계와 경제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죽은 자본’이다. 이런 경우 누가 무엇을 소유했는지 파악이 어렵고,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없고, 집·사업체 담보 대출도 어렵다. 집 하나를 거래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소유권을 증명하려고 이웃을 일일이 데려와 보증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거래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불분명한 소유권은 무단 점거, 폭력 등 개인이나 조직이 만들어낸 비공식적 사회계약에 의해 확보되고, 이런 불법은 계속해서 악순환을 낳는 결과로 이어진다.

책은 2003년 국내에서 첫 출판 이후 절판됐지만, 20년 전 이미 블록체인을 예견했다는 이유로 최근 재주목을 받았다. 블록체인이 무허가, 무형물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며 합법적인 재산 체제가 확립되는 것을 도와주는 기술적인 기반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주장한 소유권의 중요성과 맥을 같이한다. 게다가 저자는 블록체인 초기부터 지지한 경제학 거장으로, 빈국에는 자선사업보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 권리 설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은 “‘자본의 미스터리’를 디지털화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책의 중고가가 1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고, 결국 이번 재출간으로 연결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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