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골프, 집·차보다 허세 부리기에 ‘가성비’”

입력 : 2022-06-14 06:26:52 수정 : 2022-06-14 06:33:07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 번 라운딩 30만~50만원인데 'N포 세대' 인기 배경은?
호주관광청 제공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명(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으로 사상 처음 5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중 2030세대는 115만명에 달해, 전체 골프인구 중 22%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30세대 이용자 비율이 전체 이용자 중 60%에 달하는 인스타그램에 '라운딩'을 검색하면 약 92만3000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라운딩코디', '라운딩룩', '라운딩패션추천', '라운딩스타일링', '라운딩웨어' 등의 연관 검색어도 줄을 잇는다.

 

취업·결혼·내집 마련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고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 번 라운딩 나가면 30~50만원은 족히 써야하는 골프가 2030에게 인기라는 얘기는 자칫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을 구독자 90만여명의 유명 유튜버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부읽남)은 '허세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인정 욕구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특수성이 합쳐진 결과로, 부자가 될 순 없지만 부자인 척 하기 위해 하는 소비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허세 피라미드'로 설명하면서, '나 꽤 잘나가는 사람이야'를 표시하기에 가구·인테리어·집 등 실제로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려운 분야에 비해 골프는 접근성이 좋다고 했다. 몇 십 만원만 모아 한 번 필드에 나가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일주일 치 게시물이 금방 해결돼 나름 '가성비' 좋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골프장에서는 골프 자체 보다 인증샷 촬영에 열중인 젊은 골퍼로 인해 경기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한 캐디는 과도한 인증샷 요청에 "너무 힘들다"며 "18개 홀 모두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는 골퍼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화를 내는 골퍼도 있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세후 약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없는 한 골프는 '자기 만족' 취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달에 한 번만 라운딩 해도 레슨비·의류비·식사비 등을 합하면 연 1000만원은 손쉽게 쓰게 되기 때문이다. 월급의 10% 이상을 골프에 지출하는 건 지나친 소비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 벌이에 비해 사치인 것을 알지만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달 한 번 가량 라운딩 나간다고 밝힌 직장인 A(30)씨는 "처음엔 생각 없이 친구 권유로 입문하게 됐는데 나가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나중에 인맥 쌓을 때 도움 될 것 같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때문에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배드빌런 윤서 '상큼 발랄'
  • 배드빌런 윤서 '상큼 발랄'
  • 배드빌런 켈리 '센터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