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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도네시아 선원 7명은 왜 무단이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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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2 09:47:05 수정 : 2022-06-12 09: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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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만에 수포로 돌아간 원양어선 무단이탈 작전
육지서 월급 더 벌려고 무단이탈 감행한 것으로 보여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선원 7명이 무단이탈한 러시아 명태잡이 원양어선.

‘풍덩!’ ‘풍덩!’

 

지난 9일 경남 거제 가조도 앞바다에서 조용한 새벽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바다 한가운데 정박 중이던 부산선적 원양어선 5000t급 A호에 타고 있던 인도네시아 국적 20~30대 선원 7명이 수m 아래 바다로 몰래 뛰어 내렸다.

 

이날 오전 1시쯤 A호 선원이 한국인 선원 12명, 인도네시아 선원 45명 등 57명 승선원 모두 배에 있는지 확인한 직후였다.

 

이들은 구명조끼만 챙겨 입고 육지로 가기 위해 바다에 몸을 맡겼다.

 

이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다른 선원들은 없었다. 이들의 심야 잠행은 선장 허락을 받지도 않았다. 2주 전부터 작전을 짠 만큼 일사불란했다.

 

A호에서 가까운 육지까지는 1.6㎞ 정도 떨어져 있었다. 새벽 바다를 가르며 한참을 헤엄쳤다. 이 과정에서 지친 동료 1명이 사망했다.

 

남은 6명은 생사의 고비를 넘긴 끝에 거제시 사등면 성포항에 도착했다. 구명조끼를 벗고 젖은 옷을 말렸다. 그리고 오전 7시 10분쯤 인근 택시 정류장에서 2대 택시에 3명씩 나눠 타고 부산 공동어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이들의 도피 등을 도와줄 같은 국적 조력자를 만나기로 했다.

 

A호는 이들이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발칵 뒤집혔다. 오전 7시 30분쯤 ‘선원 7명이 무단이탈했다’고 창원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해경, 육경, 군, 출입국외국인청 등이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이날 오후 3시 45분쯤 부산 서구 충무시장 인근 한 모텔에서 6명 모두 붙잡혔다. 3시간 뒤 조력자도 붙잡혔다.

 

2주 동안 준비했던 무단이탈 작전은 반나절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왜 원양어선에서 무단이탈했나?

 

1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선원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보다 육지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단이탈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3월 선원 근무용 C-3 비자를 발급받고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A호 같은 러시아 명태잡이 원양어선은 보통 5월에 출항한 뒤 조업을 마치고 다음해 1월 중순에 우리나라로 돌아온다. 이 배에 타려면 미리 입국해 출국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있는 인력업체를 통해 한국에 있는 인력업체와 1년 계약을 맺고 A호에 승선, 출항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일찌감치 조업에 나서야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A호는 지난 4월 19일부터 계속 거제 가조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었다. 이처럼 제때 출항하지 못할 경우 선원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이들이 정상적인 조업은 하지 않았더라도 월급은 지급이 됐다고 한다.

 

이들과 계약을 맺은 한국 인력업체 관계자는 “무단이탈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경력 3~4년차로,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퇴직금 별도 600~800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선원 7명이 무단이탈한 러시아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해양경찰이 조사를 위해 타고 있다. 창원해양경찰서 제공

여기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 특히 어획량에 따라 수당이 훨씬 늘어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업이 연기됐을 뿐, 명태잡이 업무 말고도 각자 맡은 업무가 있어 배에 올라탄 순간부터 일을 하는 것으로 보고 이들의 월급은 계속 지급돼 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업을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들이 생각을 달리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이들이 육지에서 일하면 선원 월급보다 많이 받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국내에 미리 입국해 있던 조력자와 선후배 관계의 A호 선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은 전쟁이 악화돼 조업이 지연되면서 큰 수익 없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승선 후 이들에게 가혹행위나 구타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이 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려고 육지행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 A호 선원 6명과 조력자를 입건하고 자세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A호 선장에 대해서도 이들의 무단이탈 책임을 물어 조사할 방침이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승선 생활을 하면서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쟁 악화로 조업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불안이 늘면서 보다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무단이탈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으로, 최종적으로는 강제퇴거(추방) 조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제·부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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