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주공아파트라는 명칭에 익숙한 이들에게 인사하는 영화 ‘봉명주공’

입력 : 2022-06-11 14:00:00 수정 : 2022-06-10 16:49: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 5월19일 개봉한 김기성 감독의 영화 ‘봉명주공’은 청주시 봉명동에 있던 주공아파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봉명주공아파트가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던 2019년과 2020년을 담아냈다. 

 

영화 ‘봉명주공’은 곧 사라질 것들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나지막한 아파트 건물뿐만 아니라, 1980년대부터 뿌리를 내리며 풍성해진 꽃과 나무, 그리고 유난히 많았다는 고양이, 개, 새 등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쯤에는 옮겨지는 나무, 베어지는 나무, 무너지는 건물도 보여준다. 2022년 현재 기준 모두 사라진 것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여러 기억이 떠올랐다. 봉명주공아파트처럼 한때 우리의 주거 공간이자 일상 영역이었던 많은 곳이 사라졌다. 오늘은 지금은 사라진 것에 관해 추억해보고 싶다. 

 

 

초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그리고 화려한 외래어 이름의 아파트가 참 많은 요즘이다. 어느새 옛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동네 이름에 주공아파트라는 명칭만 붙은 아파트가 많던 때도 있었다. 봉명주공처럼 개포주공, 잠실주공식으로 짧게 불렸더랬다. 한때 매우 익숙한 명칭이었는데, 재개발되기 시작하고, 건설사별 브랜드로 바뀌기 시작했다.

 

예전 주공아파트는 건물도 나지막했다. 봉명주공은 5층, 2층을 비롯해 1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단층의 경우 옆으로만 길게 이어지고, 앞쪽엔 텃밭도 있고, 살구나무 등도 있어, 좀 이국적인 느낌도 든다. 영화 ‘봉명주공’은 봉명주공이 이런 외관을 갖게 된 이유도 짧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오랜 기간 살았던 이들의 일상과 기억은, 건물, 꽃, 나무, 새, 개, 고양이 등과 어우러져 꽤 낭만적으로 표현된다. 그들의 증언, 그 증언을 증명하는 본인과 가족의 모습, 집 안팎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보관 중인 사진 속 봉명주공과 그들의 모습 등이 꽤 다양한 사연과 함께 다양한 영상과 소리로 영화 ‘봉명주공’에 담겼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살던 집은 물론 동네까지 완전히 사라져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좀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릴 겸 갔다가, 추억까지 사라진 것 같아 왠지 서운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곤 했다. ‘어릴 땐 참 큰 건물 같았는데, 다시 와보니 참 작은 건물이더라’라는 식의 낭만을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시절 그곳 친구나 동네 사람 등과 재회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다. 

 

물리적 공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서적, 심리적 충격을 주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수많은 재개발을 지켜보거나, 겪으면서, 많은 이들에겐 익숙하거나, 기꺼이 받아들이는 놀라움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단순히 사라졌다기보다는 변화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현실에서는 사라지지만, 사진이나 영화, SNS 등 새로운 공간에 남고, 친구나 이웃과도 SNS 등을 통해 연결의 끈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사라진 봉명주공아파트는 영화 ‘봉명주공’에 다양한 모습으로도 기록됐다.  

 

사라짐과 기억, 기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봉명주공’은 아파트라는 공간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영화로, 주공아파트라는 명칭이 낯선 관객에게도 아련함을 주는 영화다. 

 

현실에서는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또는 더불어 사진이나 영상 속에 남겨진 수많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정 건물, 골목, 에피소드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또 소리일 수도 있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기억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요?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시네마 달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