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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단골’ 국밥집 사장 “보름 전에도 뵀는데… ‘가격 인상’ 소식엔 응원도”

입력 : 2022-06-09 12:18:18 수정 : 2022-06-16 06: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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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단골 국밥집’으로 유명세 타
단골들 “송해 선생 자주 뵀었는데...”
지난 1일부터 2500원으로 가격 인상
“원가 상승에 12년 만에 불가피하게”
9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한 국밥집에서 2500원에 판매 중인 메뉴. 이 국밥집은 방송인 고(故) 송해의 단골집으로 널리 알려졌다.

 

주문도 하기 전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뜨끈한 국밥 한그릇. 지폐 2장과 동전 1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스윽 떠나는 손님들. 별말 없어도,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이곳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이른바 ‘2000원 국밥집’이다.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방송인 고(故) 송해의 단골집으로 소개돼 더 입소문을 탔었다.

 

9일 오전 9시쯤 국밥집에서 만난 사장 김형진(67)씨는 “송해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보름 전에도 식사하고 가셨다”며 “1주일에 1번꼴로 혼자 오시기도 하고, 지인분도 데려와 자주 식사를 하고 가셨다”고 전하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국밥집 앞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방송인 고(故) 송해의 단골 가게로도 유명한 이 가게에는 ‘60년 전통 송해의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인근 여러 국밥집 중에서도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이기도 하지만, 고인의 영향도 컸다.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고인은 생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90세 건강의 비결을 ‘2000원짜리 국밥’이라고 밝힌 적 있는데, 바로 이 식당을 두고 한 말이다.

 

고인은 이 국밥집의 30년 단골이다. 간판이나 가게 내부 곳곳에는 ‘60년 전통 송해의 집’이라는 홍보문구가 붙어 있다.

 

메뉴는 우거지얼큰국 하나. 따로 주문이 필요 없는 이유다. 자리에 앉으면 30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국밥 한그릇과 공깃밥 한공기, 깍두기가 차려진다.

 

김씨는 “송해 선생님은 이 골목의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었다”며 “저도 이 가게 이전에 인근에서 장사했었는데, 10년 전부터 잘 챙겨주시고 서로 왕래하며 지냈었다”고 전했다.

 

이어 “(500원) 가격 인상 소식에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응원해주셨다”며 “얼마 전에도 병원에서 만나 뵐 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부고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만난 단골들도 하나같이 고인과의 추억을 먼저 꺼내 들었다.

 

10년 넘은 단골이라는 이모(72)씨는 “이곳에서 송해 선생님을 자주 뵀었다”며 “동네 사람들한테도 평소 격 없이 먼저 안부를 물으시는 따뜻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25년 단골이라는 김모(74)씨도 “간판에도 송해 선생님의 얼굴이 들어가 있지 않으냐”며 “앞으로도 이 골목의 상징적인 인물로 남아계실 것”이라고 거들었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국밥집에서 사장 김형진(왼쪽)씨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국밥집은 지난 1일 물가 상승 압박을 이기지 못해 500원을 인상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2000원에 판매해왔다.

 

지난 1일부터 국밥집의 새로운 사장이 됐다는 김형진씨는 “2010년 9월 후 12년 만에 500원을 인상하게 됐다”며 “쌀이며 시래기, 무 등 모든 재료의 원가가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사장인 권영희(75)씨의 육촌 동생으로, 권씨가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물러나면서 물려받았다. 권씨 역시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아 올해까지 52년째 국밥집을 운영했었다. 52년 전 국밥 값은 400원. 이후 1990년대에는 1000원, 2000년대에는 1500원으로 10년 간격으로 500원씩 가격이 인상돼왔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원구 ‘송해길’에 방송인 고(故) 송해를 추모하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한편 국밥집을 포함한 이 일대는 ‘송해길’로 불린다. 국밥집 인근에 있는 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 ‘4000원 이발소’ 등에서 고인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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