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사적 팽창·北核 우려 목소리 확산
F-22A 랩터 등 4종 32대 외래기 추가 배치
미군 태평양 전력의 핵심… 이례적 조치
주일미군기지 주변 주민들 불안감 확산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최대 항공거점인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15년 만에 최다 전력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방위성 산하 오키나와방위국이 지난달 26일∼지난 2일 조사에서 4종 32대의 외래기(外來機)가 가데나기지에 배치된 것을 파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외래기란 오키나와 외 주일 미군기지나 미국 본토, 하와이, 괌기지에서 배치된 미군 항공기를 말한다. 최근 배치된 외래기는 최신예 F-22A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16 전투기, EA-18 전자전기 등이다.
류큐신보(琉球新報)에 따르면 지난 1일에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 소속 F-22A 전투기 12대, 일본 북부 아오모리(青森)현 미사와(三澤) 기지 소속 F-16 전투기 10대 등이 가데나기지에 착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데나기지에는 평소 군용기 100대 정도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외래기의 소속 등에 대해 “보안상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가데나기지가 소재한) 가데나초(町: 읍·동 격) 기록상 2007년 외래기 30대가 온 이래 가장 많은 숫자”라며 “이 정도의 외래기, 그것도 전투기가 날아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가데나초 관계자 말을 전했다.
가데나기지는 3700m에 이르는 활주로 2개를 갖추고, 전투기는 물론 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가 배치되어 있다. 일본 방어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군의 태평양 전력 전체를 지탱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핵심 요충지기도 하다.
노조에 후미아키라(野添文彬) 오키나와국제대 교수는 미국 전력의 전진배치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에 “미사일 능력을 향상하고,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있는 북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발언 후 움직임이 분주해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고정된 기지뿐만 아니라 모든 장소를 군사거점으로서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미군의 최근 전략 변화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래기 증가에 따라 가데나기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근 지역 자치회장인 나카소네 아사야(仲宗根朝也)씨는 “가데나에 살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나 국제정세의 긴장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며 “중요한 기지인 만큼 언제 공격의 표적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불안도 크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도 커져 지난달 29일 주일미군 소속 F-18 전투기가 길이 5.3m, 폭 80㎝의 연료탱크를 오키나와 인근 해안에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군은 “착륙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다마키(玉城)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외래기의 훈련으로 그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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