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레스 베일(33·레알 마드리드)은 2010년대 세계 축구계에서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은 최고 스타로 손꼽히던 공격수다. 이런 베일을 축구팬들은 긴 시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가 축구 변방 웨일스 출신이라 빈약한 팀 동료로 인해 세계 축구축제인 월드컵 본선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최고 스타’라는 불명예스런 별명도 늘 따라다녔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서는 베일도 노쇠화로 부진에 빠져 그가 뛰는 월드컵 본선은 영원히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런 베일이 마침내 월드컵 본선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웨일스는 6일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A조 결승에서 우크라이나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무려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품었다. 웨일스는 지난 4월 진행된 본선 조 추첨 결과에 따라 잉글랜드, 이란, 미국과 함께 B조로 편입된다.
베일의 발끝에서 결승골이 나왔다. 전반 33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프리킥을 시도했고,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야르몰렌코가 머리로 걷어내는 과정에서 공이 굴절돼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자책골이 됐다. 야르몰렌코가 고개를 들지 못하자 동료들이 다가와 그를 감쌌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만회를 노렸지만 웨일스가 잘 막아냈다. 후반 36분 비탈리 미콜렌코가 왼쪽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를 아르템 도우비크가 강력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날 수 차례 선방으로 웨일스를 구했던 골키퍼 웨인 헤네시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결국, 한골차 승부로 유럽지역 마지막 본선 티켓이 웨일스로 향했다.
반면 '축구 영웅' 안드리 셰우첸코가 맹활약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본선 재입성을 노렸던 우크라이나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웃 러시아의 침공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카타르행 티켓을 선사하며 희망을 주기 위해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뜻하지 않았던 자책골로 무너져 축구팬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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