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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보복이 무서워서 이사갔습니다” 층간소음 갈등 해결책 없나 [이슈+]

입력 : 2022-05-31 18:00:00 수정 : 2022-05-31 21: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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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고, 무슨 보복을 할지 몰라 두려웠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 이웃과 갈등을 겪다가 올해 초 이사를 하게 됐다는 A(50대)씨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살았던 A씨는 지난해 내내 아래층 이웃 주민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처음에는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냈지만 항의는 더욱 늘어났고 나중에는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도 해당 주민이 “소음이 심하다”며 경비실에 항의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우리 집이 아닌 것 같다고 하고, 소음측정기를 달아보자고 해도 거부하고 오히려 천장을 시도 때도 없이 쿵쿵 치면서 보복을 가하거나, 집에 아이만 있을 때도 찾아와 화를 내더라”며 “입주민 회의도 해봤고 경찰 신고도 여러 차례 해봤지만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보복 강도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층간소음 갈등도 늘고 있는 가운데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을 가하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아랫집 이웃 부부를 흉기로 찌르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으며 멱살잡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윗집에 보복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의 분비물을 묻힌 휴지를 윗집 아이의 자전거에 문지르는 행위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려고 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갈등도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최근 층간소음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건수는 △2019년 2만6257건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약 77%나 늘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1만2987건이 접수됐다. 

 

코로나에 확진된 30대 여성이 윗집 아이가 타는 자전거에 자신의 분비물을 묻히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최근 층간소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이웃과 다투거나 보복을 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고민하던 B씨는 “평소에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하던 아랫집이 우리가 잘 때마다 천장을 안마기 같은 것으로 두드린다”며 “출근하다가도 그 사람과 마주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층간소음 보복스피커로 알려진 우퍼 스피커를 판매하는 게시글도 빈번하게 올라온다. 한 판매자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다가 여러 번 말해도 소용없었는데 (스피커를) 야간에 한 번 사용해봤는데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며 “요즘은 평온하게 살고 있어서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스피커는 10만원에 거래됐다.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위층에 소음을 돌려주는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법보다는 보복이 가까운 게 현실이다.

 

보복이 두려워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이모(24)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이사를 왔는데 옆집이 밤마다 집합금지 인원 제한도 어기고 파티를 하더라”며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잠도 잘 수 없어서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했지만 부모님이 ‘옆집 남자가 해코지할 수도 있다’며 말리셨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보복은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적용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신고 이후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피커를 설치하거나 초인종을 계속 누르면 스토킹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최근 만들어진 법이라 법원이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이 법을 이웃 간 갈등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스토킹처벌법으로 신고를 할 수 있겠지만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이웃간 갈등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사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지역사회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고 처벌을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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