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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론가가 본 ‘나의 해방일지’… “세대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력 : 2022-05-31 15:31:56 수정 : 2022-05-31 1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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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JTBC ‘나의 해방일지’가 인생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염씨 삼남매와 구씨(손석구)의 모습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해방을 맞이했지만, 그 여운이 만만치 않다. “추앙”이라는 단어는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나의 해방일지’가 그토록 사랑받고 회자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덕현,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를 통해 들어본다.

 

◆해방일지가 특별한 이유-“세대마다 다른 맛”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

 

-정덕현 “세대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그래서 해석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드라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사람들이 빠져들 수 있게 했냐고 묻는다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서사가 굉장히 은유적이고 대사도 문학적이어서, 들여다보기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심지어 일상적으로 봤던 코드들이 많이 배제돼 있다. 그럼에도 부는 이유는 저런 공감 가는 인물들, 어디선가 봤던 거 같은 인물들을 드라마로 끄집어내는 데에서 매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차원에서 재미를 준다. 20대라고 하면 남녀간의 멜로를 볼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휴먼드라마, 전원일기의 현실판. 30∼40대로 넘어가면 드라마의 깊은 맛을 알게 된다. 대사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이나 표현이 아니라, 곱씹어야 느껴지는 게 있다.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느껴질 것이다.”

 

-김헌식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줘”

 

“드라마 초반에는 원거리 직장인들의 삶을 담은 것 같았는데, 계속 보다보면 생활만이 아니고 가족, 연인 등 총체적인 삶을 보여줬다. 특히 40∼50대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반면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상황이나 인물에 공감하는 느낌이다. 장애인이나 제주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등 정서나 사회적 주제를 통해 의미를 구축한다. ‘나의 해방일지’는 사회적 메시지도 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경험이나 체득하게 된 깨달음을 각자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결과적으로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복잡했던 것들이 자리를 잡고, 정리가 되면서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느낀다. 주인공들은 20∼30대인데,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은 50대 수준이다. 젊은층은 오히려 공감을 못 느낄 수 있다. 연령대가 그쪽(40∼50대)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볼만하다.”

 

◆연출과 작가의 힘-“뻔한 구조 등 코드 배제” “담담하게 담아 입소문”

 

-정덕현 “뻔한 구조 등 기존 드라마 코드 배제가 오히려 득돼”

 

“일상적으로 봤던 코드들이 많이 배제돼 있다. 특히 구씨라는 캐릭터는 독보적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알코올 중독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도 한국 드라마에 많이 없다. 처음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높아지고, 이런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열광이 있었다. 처음에 이 드라마에서 ‘추앙’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저 추앙이라는 단어를 설득시키면 대박이겠다고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한국 드라마는 익숙한 코드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다 안다. 대부분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문법이 있다. 반면 ‘나의 해방일지’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환대’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인문학에서는 사용하지만, 드라마 대사로 사용하는 것은 과감한 시도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승부수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가 가진 가치가 크다. 창의적인 색다른 드라마, 문학적 대사 등.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것들을 잘 담았다.”

 

-김헌식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시간이 흘러 입소문”

 

“기승전결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시청자가 기대감을 가지고 몰입하는데, 요즘 장르극은 기에서 결과가 나오고 파격적이고 센세이션한 장면을 배치하는데, 해방일지는 자극적인 장면을 사전에 배치하는 것도 아니고,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하게 되는 폭이 넓어지는 구조다. 기승전결이나 장르극처럼 파격에 집중했던 드라마 문법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방법은 폭발력있는 시청층을 형성하지는 않지만, 입소문을 타고 퍼져가는 형태로 호응받는 드라마 유형이다. 여기에 어록 같은 느낌이 나는 대사가 인기에 힘을 실어줬다. 많은 사람들이 본방을 보기 전에 클립 형태로 부분적으로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꽂혔을 때 본방을 본다. ‘나의 해방일지’는 처음에 2%로 저조했지만, 갈수록 시청률이 늘어났다. 모바일 클립, 짤 형태의 시청 형태가 있고, 자극적이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화제되는 짤이나 어록이 많다면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

 

◆‘구씨앓이’는 어떻게 퍼졌나-“구씨는 작가가 담은 변수” “개인·서로가 추앙해줘야”

 

-정현덕 “구씨는 작가가 설치해놓은 화두”

 

“구씨는 작가가 설치해놓은 화두다. 박해영 작가는 그런 코드를 잘 쓴다. 전작 tvN ‘나의 아저씨’에서도 썼다. 일상 속에서 그냥 산다. 별문제의식 없이 산다. 매일 출근하고 반복한다. 주인공이 매일 출퇴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온해 보이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삶에 변수의 인물이 나온다. 범죄와 관련된 인물이다. ‘나의 아저씨’에서는 이지안(아이유)였으며, 여기서는 구씨다. 그런 변수를 주는 이유는 그런 변수의 인물을 만나서 자기 삶을 다시 돌아보기 때문이다. 멜로 구도로 보면 구씨와 염미정하고 잘 이어졌는가? 이어져야 해피 엔딩이고, 둘의 마음을 확인해야 해피 엔딩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각자 갇혀있는 부분을 다룬 이야기다. 구씨도 마찬가지도. 모든 인물이 갇혀있다. 문제를 찾아낸 것, 갇혀있다는 것 찾아내는 것에 출발점이 있고 해답이 있다. 이게 해피 엔딩이다. 구씨도 500원짜리가 하수구 속으로 안 들어가고 걸쳐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구씨 자신을 보는 느낌이다. 운이 좋아서 걸쳐있던 것. 그걸 집어서 걸어가는 장면, 그리고 ‘천천히 간다’는 대사. 해방의 길이다. 이런 식으로 인문들은 다 깨고 나간다. 심지어 염제호(천호진)도 ‘니들은 나보다 낫다’고 한다. 아버지, 남편으로 평생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던 그가 갇혀 있던 삶의 벽을 부인이 죽고 나서야 깨고 편안해졌다.”

 

-김헌식 “추앙은 개인, 또는 서로가 구원해주는 의미”

 

“‘추앙’이라는 단어는 리추얼(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습관) 트렌드의 하나로 본다. 현재 종교쪽에서 이탈이 많다. 신자여도 교회나 성당 등을 잘 안 간다.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긴다. 드라마에서는 종교적인 단어가 나오지만 특정 종교를 위한 게 아니다. 종교가 개인을 구원해줄 수 있는가란 의문에 대한 답으로 개인이, 서로가 구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 답한다. 일상생활 자체를 의식 치르듯이 하지 않으며 구원이 불가능하다. 직장에서 산포시까지 2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닌다. 누군가 자신을 추앙해주지 않으면 각박한 삶이다. 하루가 너무 길다. 회식하고, 연애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연인한테 달려가고.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은 불가능하다. 반면 ‘나의 해방일지’는 2시간을 이동하는 등 현실적인 부분이 잘 담겨 있어서 호응받고 다른 드라마와 차별된 것같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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