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집무실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공개된 이후, 사진 촬영자를 놓고 대통령실이 오락가락 설명을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사진들이 김 여사의 인터넷 팬클럽 계정을 통해 공개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 여사는 셀럽(유명인)을 꿈꾸었던 것이냐”고 질타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3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진을 찍은 분과 바깥으로 내보낸 분은 대통령실 직원이 맞나’라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누구냐’는 물음엔 “짐작이 안 가세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 내외가) 개인적으로 주말을 보내는 상황에서 나온 사진이라 누가 찍었다고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 생활을 컨트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의 활동이 팬클럽을 통해 알려지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 조정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 방문 당시 외부인의 집무실 출입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저희가 크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27∼28일 연이틀 대통령집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실은 전날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 사랑’ 페이스북 계정에 윤 대통령 내외와 반려견들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공보라인 관여 없이 이례적인 경로로 보안 구역 내 사진이 외부로 사실상 ‘유출’된 것이라 사진을 촬영하고 배포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이 논란거리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내 설명을 번복하고 나섰다. 20여 분 뒤 다시 브리핑룸으로 내려온 그는 “(사진은) 김 여사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는 “(사진은) 부속실 직원이 찍었으며, 보안 규정상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부연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청사 출입 시 휴대전화에 보안 앱(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이에 따라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측 설명이다.
기자들이 거듭 보안 규정 논란을 지적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집무실 사진이 여러 번 나왔다”며 “그 안이 굉장히 보안 구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경내에서 찍은 사진은 반드시 대변인실을 통해서 나가도록 말씀드렸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리하려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팬클럽에 사진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그것도 여사님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발언을 번복한 이유가 “카메라 주인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해가 생겼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를 직격하고 나섰다. 조오섭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허위 학·경력 등 각종 의혹에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한 일을 상기시키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목소리를 듣는 것이 소통이지 셀럽처럼 대통령 내외의 삶을 자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조 대변인은 “더욱이 대통령실이 사진 촬영자를 두고 모호한 답변과 말 바꾸기로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며 “어떤 해명이든 결국 김 여사가 사진 촬영과 유출에 깊이 관여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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