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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으로 들어온 비대면 진료… 국민 57% ‘지속 허용’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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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31 08:00:00 수정 : 2022-05-31 11:29:18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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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한시적 도입 이후
국내 인구 6.7%가 비대면 진료
반대하던 의협, 논의 필요성 제기
기업 진출속 관련앱 20여개 달해

감기부터 사후피임약 처방까지
대면진료 어려움 속 대안책 평가
묻지마 약처방·의료쇼핑 등 우려도
“안전 감지·추적 감시 시스템 필요”

英 앱으로 장기복용약 처방전 발급
프랑스는 2018년에 건강보험 적용

주부 A씨는 육아와 살림으로 바쁜 가운데 콧물과 재채기 등 봄철 비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난감했다. 환절기에 늘 있는 일이라 약을 구비해두지만 하필 약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탓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기도 고민스러워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봤다. 약은 퀵으로 받았다. A씨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리했다”며 “병원 갈 시간은 없는데 필요한 약이 있다면 또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원격 의료)가 일상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조금씩 활용되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재택치료가 기본이 되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없이 확산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대면 진료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환자 안전을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국민 6.7%가 비대면 진료 경험

3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발생 후인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이전에는 의료법상 의료인 간 비대면 의료 지원만 허용됐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2월 2만4727건에서 2021년 1월 159만2651건, 올해 1월 342만3451건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전체 인구의 6.7%에 해당하는 규모다.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진료받은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지질단백질대사장애 및 기타 지질증, 급성 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위드코로나 시대 주요 보건의료·복지 분야 정책현안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비대면 진료 ‘지속 허용’이 56.7%, 반대가 29.9%였다. 허용 범위는 ‘전 국민’이 51.7%, 일부 환자 47.1%였다.

비대면 진료에 결사반대하던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시대 변화에 따라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며, 의료계가 중심이 돼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나섰다. 기업들이 비대면 의료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비대면 진료 앱은 20여개에 이른다.

◆편리하지만 오남용, 의료 쇼핑 부작용도

비대면 진료의 장점은 편리성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나 평일 근무로 병원을 찾기 힘든 근로자, 코로나19 확진자, 대면진료가 부담스러운 사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나 일반 감기에서부터 다이어트, 정신과, 피부과, 사후피임약 처방에 이르기까지 진료 범위도 넓다.

특히 고령화 추세 속에 고령·만성질환자들의 지속적인 관리에 비대면 진료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제한 없이 이뤄지는 지금의 비대면 진료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규제가 없는 틈을 타 비대면 의료만 진행하는 병원과 환자가 원하는 약을 처방해주는 서비스, 약 배송만 하는 약국 등이 등장하고 있다.

 

약물 오남용이나 원하는 약을 구할 때까지 여러 병원을 찾는 의료 쇼핑 또는 닥터 쇼핑 행태도 막기 어렵다. 인터넷에서는 부작용 우려가 있는 다이어트 약품을 처방받았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비대면 처방이 허용된 뒤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마약류·오남용 우려 일부 의약품은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기도 했다.

의사가 환자의 설명에만 의존해 처방하다 보니 오진 가능성도 상존한다.

 

◆비대면 진료 입장차… 논의 필요

코로나19 때문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를 유행이 끝났다고 다시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대면진료협의체를 구성해 제도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포함했다.

관련 단체마다 견해차가 커서 이를 조율해가며 비대면 진료의 정의부터 허용 범위, 대상까지 정리해야 한다. 의협은 플랫폼 앱처럼 비대면 진료가 산업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원격진료는 보완수단이어야 한다”며 “환자에게 연속성 있는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 앱은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대면 진료 시행 시 △환자 위치 기준 지역 내 1차 의료기관 허용·제한적 2차 의료기관 협진 △초진 불가 △진료 가능 질환 및 처방 약, 월 환자 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초진까지 비대면 진료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최소화해야 디지털 헬스, 디지털 치료제, 원격 임상시험 등 신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약사회는 환자에게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할 수 없고 약물 오배송 위험이 있다며 앱을 통한 비대면 약 배달에 전면 반대하는 상황이다.

강성지 한국원격의료학회 정책기술분과위원장은 “원격 의료를 생각하는 어떤 형태가 달라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라며 “최우선 과제는 환자 안전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감지하고 추적해 시정 조처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신과진단도 비대면…中은 온라인병원 900여 곳

 

해외는 오래전부터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스위스, 터키 5개국뿐이다. 비대면 진료 도입국 중 25개국은 법제화했고, 나머지 나라는 금지 규정이 없다. 각국 비대면 진료 허용 흐름을 보면 시행 초기에 제한을 두고 시작해 점차 확대해 왔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 시작한 나라가 많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1997년 법을 제정해 비대면 ‘상담’부터 시작했다. 2000년 원격의료방문과 개인심리치료, 약물치료, 2003년 정신과 진단과 말기신장투석 관련 서비스, 영양치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최근까지 일부 주는 해당 주의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에게만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거나, 재진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제한을 뒀다. 코로나19 이후 초진을 허용하고, 지역 제한도 없앴다.

 

영국은 2019년 국민보건서비스(NHS) 장기계획을 통해 비대면 진료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비대면 진료는 1차 병원 중심이다. NH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차 병원과 연결되도록 해 이용자는 진료를 보고, 장기 복용하는 약은 자동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2009년 공중보건법에 비대면 진료를 명문화했다. 2018년 9월 건강보험에 비대면 진료를 적용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건강보험에 가입된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진료과목에 제한이 없다. 초기엔 16세 이하 환자, 응급상황 등에서 근거리 전문의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경우 비대면 진료를 제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초진 환자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화상담은 코로나19 초기 일시 허용하다 2020년 7월 중단했다.

 

일본은 1997년 낙도, 산간벽지 환자를 대상으로 9가지 만성질환에 대해서만 대면진료를 보조하는 개념으로 제한적으로 시작한 뒤 2015년 전면 허용했다. 2018년 마련한 ‘온라인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을 보면 △원격진료와 진료계획에 대한 의사·환자 간 사전 합의 △초진, 급성 질환 및 돌발사고 환자, 새로운 질환에 대한 약품 처방은 원칙적으로 대면진료 △실시간으로 진행해 의료 서비스 품질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초진 대면진료 원칙을 해제했다.

 

중국은 2014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중국 첫 온라인병원인 ‘광둥성 제2인민병원’을 설립했다. 온라인병원이란 실제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온라인을 통한 진료와 처방 등이 모두 가능한 병원을 말한다. 현재 900개가 넘는 온라인병원이 운영 중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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