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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휘관 인품 중요… 韓, 실전훈련 높여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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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30 01:00:00 수정 : 2022-05-29 20: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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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예비역 육군 대장

‘제너럴스-위대한 장군은…’ 번역
제2차대전∼아프간전쟁 지휘한
美 육군 리더십 역사 다뤄 주목

“국민·군대·정부 합심으로 전쟁
한국이 ‘삼위일체’ 이룰지 의문
대통령부터 안보상황별 대비를”
제2차 세계대전부터 아프가니스탄전까지 미 육군을 지휘한 장성 30여 명의 공과를 평가한 ‘제너럴스-위대한 장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공동번역한 김영식 예비역 대장·합동참모본부 전구사후검토조정관. 지난 19일 세계일보 사옥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조정관은 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지휘관의 리더십에 대해 “능력과 인품이 필수요소일 텐데 가장 중요한 건 부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품이 있어야 한다”며 “계급이 높아질수록 능력보다는 인품이 더 필요하며, 때로는 부하를 보직에서 해임하더라도 그 개인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군 지휘관 경험에서 쌓은 교훈을 들려줬다. 이제원 기자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신간 중 언론 등을 통해 조명받는 기회를 누리는 책은 극소수다. 최근 국방 분야 전문인 안보총서 시리즈 신간이 이 좁은 문을 통과해서 여러 군데서 각광받았다. 군사서적으로서는 이례적인데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강인 미 육군 조직과 리더십의 발전, 쇠퇴와 재건을 다룬 ‘제너럴스-위대한 장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 주인공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군사전문기자로 일하며 여러 전장을 취재하고 두 차례나 퓰리처상을 받은 토머스 릭스가 제2차 세계대전부터 아프가니스탄전까지 미 육군을 지휘한 장성 30여 명의 공과를 평가했다. ‘못난 지도자 때문에 죽은 자들에게 바친다’는 헌사로 시작하는 책은 전장의 긴박함이 생생하게 전달되며 신랄한 인물 평가는 압권이다.

 

이를 국내 번역·소개한 건 2017년 8월까지 제1야전군사령관을 역임했고 현재도 합동참모본부 전구사후검토조정관으로 활약 중인 김영식 예비역 대장과 최재호 미19지원사령부 계획편제차장. 지난 19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 조정관은 “국방이 중요한 국가인데 서점에 가면 군사서적이 너무나 적어서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번역을 결심했다”며 “출간 후 반응이 좋고 걱정했던 것보다 많이 팔려서 어렵게 출간을 결심해준 출판사에 덜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 육군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미 육군 초대 원수 조지 마셜(1880-1959)에서 시작해서 아이젠하워, 패튼, 맥아더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과 6·25, 베트남전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리지웨이, 테일러, 웨스트모어랜드, 그리고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을 지휘한 콜린 파월, 노먼 슈워츠코프 등이 비평의 도마 위에 오른다.

 

김영식 조정관이 군 사령관 시절 400㎞ 행군을 마친 장병과 일일이 손을 마주치며 격려하고 있다.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높이 평가받는 건 마셜이다. 비인간적일 정도로 냉정하게 장성 인사를 실시하면서 후대로 이어지는 미 육군의 정신을 만들었다. 김 조정관은 “현대 미군의 초석을 다졌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도록 한 총사령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마셜을 가장 가까이 자주 본 게 영국 처칠 총리인데 ‘승리의 설계자’라고 표현했어요. 유럽 통합군사령부 운영, 독일전선 우선 전략 등 여러 업적이 있지만 가장 큰 공은 전쟁준비를 하지 않으려던 미국 대통령·의회를 설득해서 전쟁준비를 하고 미 육군을 짧은 시간에 실전 조직으로 성장시킨 거죠. 마셜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강력히 설득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었어요. 패튼 같은 유명 장군을 체스판의 말처럼 움직인 게 마셜인 거죠.” 

 

지휘관으로서 냉정했던 마셜의 면모에 관해 묻자 김 조정관은 “철저한 능력주의자였다. 제1차 대전 후 비대해지고 노후한 군 조직을 ‘이래선 전쟁을 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을 하고 조직을 혁신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저항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워낙 대쪽 같은 원칙주의자로 살며 존경을 받아서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던 거죠.”

 

마셜이 반듯하게 세워 놓은 미 육군 리더십은 6·25에서 위기를 겪고 베트남전에서 최악이 된다. 미군은 유럽과 다른 전장에 적응하지 못했고 정치권력과 군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능력 본위 인사 원칙이 무너진 결과였다. 베트남전 후 미 육군을 재건해서 지금 모습을 만든 건 우리에겐 생소한 윌리엄 드퓨이(1919∼1992), 미 육군 초대 교육사령관이다. 김 조정관은 “드퓨이는 천재였다. 현재 미 육군에 기여한 두 사람을 꼽으라면 마셜과 드퓨이를 택하겠다”며 “현대전을 치를 수 있게 ‘훈련을 잘하자’, 그리고 ‘교리를 바꾸자’고 군 개혁을 선도했다”고 설명했다. “미 육군은 훈련을 부사관이 시키고, 장교는 전투 준비만 생각해요. 훈련된 병력으로 어떻게 전투를 할 것이냐가 장교 역할인 거죠. 이게 드퓨이가 만들어낸 개혁의 시발점입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하우 투 파이트(How to fight)’, 교리였습니다. 그 전까진 대충 만들어졌는데 이때부터 ‘교리를 만들 책임은 장군에게 있다’가 된 거죠.” 이미 적이 바뀌었는데 옛 교리를 고집하다 고전한 게 6·25, 베트남전이라는 반성에서 나온 개혁이다. 

 

부침을 거듭하며 부단히 혁신을 거듭한 미 육군과 비교한 우리나라 육군 상태는 어떠할까. 김 예비역 대장은 “병사들은 지적 수준도 높은데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며 실전 훈련을 보강책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이를 위한 실전 훈련장이 있기는 한데 해야 할 부대가 많다 보니 10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해서 훈련장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줄 알았던 러시아의 졸전이 우리 군에게 보여주는 교훈에 관해서 묻자 러시아의 오만이나 전략·전술 오판이나 병참 문제를 지목하는 대신 국가통합을 거론했다. “결국 클라우제비츠(독일 군사사상가)가 강조한 것처럼 전쟁은 국민·군대·정부가 삼위일체여야만 수행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쟁은 어렵고 특히 국가총력전은 불가능한 건데 지금 러시아는 이 세 개가 하나로 묶이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는 약세지만 삼위일체를 이룬 거죠. 제일 걱정이 우리가 이 삼위일체를 이룰 수 있을지입니다. 정치권이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설득해서 통합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안보상황별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김 조정관은 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지휘관의 리더십에 대해 “능력과 인품이 필수요소일 텐데 가장 중요한 건 부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능력보다는 인품이 더 필요하며, 때로는 부하를 보직에서 해임하더라도 그 개인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군 지휘관 경험에서 쌓은 교훈을 들려줬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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