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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과 관련해 우리 국회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해 왔다.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서상목 의원이 이석희 국세청 차장과 불법으로 대선 자금을 모았던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한나라당은 7개월간 5번의 ‘방탄국회’를 열어 서 의원을 보호했다. 2003년에는 국회의원들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여야 의원 7명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킨 후 해당 의원에게 “축하한다”고 격려까지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조 1항)는 불체포특권은 국회의 대의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오래도록 오·남용돼 왔다. 소속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국회를 열어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을 외면하곤 했다. 제헌국회 이후 21대 국회까지 58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가결된 것은 13건뿐이다. 20대 국회의 경우 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2건이 부결되고 3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국민의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방탄용이라고 비판하며 시작한 일이지만, 국회의원 특권을 줄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법안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한 현행 법 조항을 24시간 이후 48시간 이내에 표결토록 바꾸고, 표결이 안 된 경우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여서 법으로 폐지할 수 없으나 국회를 방탄 삼아 수사를 피하는 일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도 ‘꿀릴 것이 없다’며 국민의힘에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정치혁신추진위원회도 지난 2월 체포동의안을 본회의 보고 즉시 표결하고 반드시 기명으로 의결하는 혁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과연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는 이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킬 수 있을까. 그동안 정치권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여러 번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나 말뿐이었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돼서는 안 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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