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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네 백화점을 갔다가 놀라운 광경과 맞닥트렸다. 각 층마다 놓여 있는 대형 테이블 위에는 티라미수 치즈 케이크 등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달달한 최고급 빵과 다양한 주스 병이 가득하다. 누구나 무료로 먹을 수 있단다. 거기다 층마다 상품을 내건 다양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5층은 더욱 놀랍다. 판매 물품을 한쪽으로 몰아 놓고 중앙에 큰 공간을 만들었는데 사이키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쏟아지고 있다. 즐겁게 춤을 추라고 펼쳐놓은 마당에 벌써 많은 고객이 유쾌하게 몸을 흔들고 있다. 백화점이 통 크게 쏘아 올린 고객을 위한 축제는 백화점 폐점 시간을 2시간 지난 오후 10시에 막을 내렸다.

그걸 기점으로 백화점이 확 달라졌다. 주말마다 4층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쇼핑을 하면서 현악사중주로 ‘G선상의 아리아’도 듣고 매력적인 바리톤 음성의 ‘오 내 사랑 목련화’도 듣는다. 이제 그곳은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백화점이 아니라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꿈의 궁전으로 바뀌었다. 인간관계와 장사의 공통점은 무조건 먼저 주면 다 잘된다는 것이다. 그 백화점은 늘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어느 날 갑자기 확 달라진 분위기, 거기에는 새로 부임한 단 한 사람이 있었다.

그 호텔을 갈 때마다 뭔가 불편하다. 그건 바로 지나치게 깔끔한 직원들의 태도 때문이다.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자세로 고객이 질문을 할 때면 매우 간결하게 대답한다. 비즈니스로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고급호텔이 주는 분위기에 중압감을 느껴서 긴장할 수가 있다. 특히 호캉스를 위해 호텔을 찾는 젊은 아빠와 고생만 하시는 시골 부모님을 큰맘 먹고 호텔로 모신 효녀 딸한테는 더욱 긴장이 되는 장소다. 가족 앞에서 한 번쯤 대단한 아빠와 멋진 딸로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직원들은 더욱 친절하고 더욱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호텔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독일 병정처럼 차려 자세로 서 있던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오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단답형에서 벗어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다양하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 분위기가 밝고 경쾌해졌다. 총지배인이 바뀌고부터 일어난 일이다.

문학 선후배 모임인 동우회가 있다. 회원들이 점점 줄어든다.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다. 대부분 그만 탈퇴하고 싶어하는데 그나마 거기 가야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가 된다. 임기 2년인 회장이 바뀌었다. 갑자기 회원들의 출석률이 좋아졌다. 회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무엇보다 회장이 환한 미소로 회원을 반긴다. 선배한테는 손을 꼭 잡고 안부를 묻고 후배한테는 ‘힘든 일 있으면 꺼내놔 봐’ 하는 듯 어깨를 감싸안는다. 어디서 이런 환대를 받아 볼 수 있을까 싶게 회장은 진심으로 다가온다. 백화점 기획실장이, 호텔 총지배인이, 동우회 회장이, 단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모든 건 확 달라졌고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이 그렇게 중요하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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