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아 피해 더 커질 듯
대통령실 “北과 협의 예정”
남북관계 개선 물꼬 기대

북한이 ‘노마스크’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역량을 과신하다, 결국 방역망 둑이 무너졌다.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북한 비상사태에 윤석열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적 지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코로나19 대확산이 ‘강 대 강’ 구도를 형성하던 남북, 북·미 관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지원 품목에는 백신, 해열제, 진단키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박 장관 취임 후 처음 가진 화상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한·미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인도적 대북 지원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표했다.
전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북한은 12일 하루에만 1만8000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에선 조선인민혁명군(항일빨치산) 창건 90주년 열병식이 있던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35만명이 넘는 유열자가 발생했다. 이 중 16만2200여명은 완치됐으나 18만7800여명은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 감염자를 포함해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검사·추적·치료, 방역·의료 시스템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앞으로 확산 속도가 더 가파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백신 접종률이 사실상 ‘제로(0)’인 데다가 오랜 빈곤 등으로 주민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확산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코로나19 대북 지원 방침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별개”라는 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이달 중 7차 핵실험 도발까지 거론되던 일촉즉발의 남북관계가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계기로 대화 및 교류협력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만약 남북 방역 협력이 성사된다면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