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선 박완주 의원 제명 의결
피해자 보호 위해 내용은 밝히지 않아
같은 날 김원이 의원은 2차 가해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6·1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한 지 불과 하루 만인 12일 잇단 성비위로 인한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성비위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며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출신의 3선 박완주 의원을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당내에서 성비위가 발생해 당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2차 가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을 내용”이라며 “향후 국회 차원의 징계도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같은 당 김원이 의원의 2차 가해 논란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전 지역보좌관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김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김 의원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제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상헌 의원에 관한 성비위 의혹 역시 제기된 상태다.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성비위 사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보좌관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강욱 의원의 발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2차 가해성 발언을 해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통렬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그 뒤로도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아 국민에 실망을 안겼다.

말뿐인 쇄신은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발목을 잡게 됐다. 이날 열린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자의 캠프 개소식도 ‘잔치’가 아닌 ‘사죄의 장’이 됐다. 박 의원이 양 후보 캠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예정이었던 만큼 타격이 컸다. 양 후보뿐 아니라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개소식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연신 머리 숙여 사과했다.
성비위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자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여전히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박 전 시장 사태를 앞장서서 비판하며 국민에 사과한 박 의원이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된 점에서 더욱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서울과 부산에서 연이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성폭력 폭로가 발생한 2020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굉장히 참혹하고 부끄러운 심정”이라며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는지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매섭게 비판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2년 후에는 본인이 성비위로 제명되는 처지가 되면서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외쳐온 민주당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게 됐다.
연이은 성비위 사건에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성비위에 연루된 의원들을 거세게 질책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초선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행동을 똑바로 못하고, 화가 난다”며 “정말 혼내주고 싶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너무 황당하다”면서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선거를 불과 보름 남기고 제명 결정을 내린 당 지도부의 판단에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캠프 출범식이 있던 날인만큼 충청권 의원들의 불만이 특히 컸다. 한 충청권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됐는데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이 좀 그렇다”며 “(제명을) 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나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비위 사건이 충청권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 지도부는 거듭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SNS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우리 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내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며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당을 만들어야만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국회 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징계받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완주 의원은 19대 총선 이후 충남 천안을에서 내리 당선된 3선 중진 의원이다. 원내수석을 지냈고 대선 전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당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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