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공·장루 복원 등 수술 5번 거쳐
6㎏으로 체중 늘려 건강하게 퇴원
母 “희망 메신저 되도록 잘 키울 것”

체중 500g으로 태어난 작은 생명이 수술을 다섯 번이나 이겨 내고 300여일 만에 무사히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7월 임신 22주에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난 조하진 아기가 이달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10일 밝혔다. 하진이의 어머니 김다영씨는 첫째를 만삭으로 출산한 경험이 있는, 특이 질환이 없는 32세 산모였다.
임신 중에도 특별한 소견이 없었지만 22주째에 갑자기 태반조기박리가 발생, 산모의 혈압과 의식이 저하하고 태아 심박동 수도 함께 줄었다. 응급상황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하진이는 미숙아 폐 성숙을 돕는 산전 스테로이드조차 투여받지 못했다. 이때가 22주 5일 차. 평균적으로 임신 24주 이하인 신생아 생존율은 21%에 불과하다. 출생 체중에 따른 생존율을 따져도 500g 미만은 20%, 500∼724g은 26% 수준에 그친다.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때부터 300여일간 이어졌다. 출생 시 울음과 움직임이 거의 없어 기관삽관, 계면활성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부착 등 호흡을 위한 치료가 시작됐다. 생후 2주에는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을 비롯해 장루 복원 수술을 받았고,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의 관이 닫히지 않은 것을 치료하기 위해 동맥관 개존증 수술도 받았다. 폐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과 패혈증으로 기관 탈·삽관이 반복되고 기계 호흡기 착용이 길어지며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진이가 받은 수술만 다섯 차례. 힘든 수술과 여러 고비를 버텨 낸 하진이는 지난 3일, 10개월 입원치료 끝에 6㎏ 체중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하진이는 아직 산소치료와 위관수유를 받고, 폐동맥 고혈압 경구약을 복용하고 있다. 의료진은 외래진료를 통해 소아과와 재활의학과 등에서 성장발달평가 등을 시행하며 추적 관찰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하진이의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하진이는 탄생부터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특히 생후 2주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 시 바이털이 유지되지 않아 위급했다”며 “많은 사랑을 받고 퇴원하는 하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도록 힘차게 살아가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다영씨는 “300여일간 하진이를 위해 밤낮으로 함께해 주신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 등 의료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하진이가 많은 분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기가 되도록 잘 키우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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