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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카카오 꿈꾸는 스타트업 ‘입’과 ‘귀’ 돼주죠”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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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9 19:33:06 수정 : 2022-05-09 23: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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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행사 ‘선을만나다’ 태윤정 대표

1992년 방송 작가로 사회 첫발
2005년엔 미디어 트레이닝 시작
2016년 스타트업 홍보대행 변신
“자신만의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
남 흉내보다 잘하는 것 찾아야”
‘선을만나다’ 태윤정 대표가 9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흙수저에서 대기업 신화를 이룬 이병철·정주영 회장 같은 인물이 한국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스타트업(창업기업)으로 환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전문 홍보대행사 ‘선을만나다’의 태윤정 대표는 9일 고객사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얀색 형광등 대신 노란빛 은은한 조명을 단 서울 마포구 동교동 선을만나다 사무실은 여느 스타트업 업무 공간을 연상케 했다. 벽에는 스타트업 기사 스크랩이 겹겹이 붙어 있었고, 책장에는 ‘창업’, ‘벤처’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이 빼곡했다. 태 대표는 “제 나이(55세) 정도 되면 재밌는 게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순간도 재미없는 때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92년 방송 작가로 데뷔해 KBS·SBS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15년을 글쟁이로 일했다. 이때 심야토론, 선거 개표방송, 후보자 대담 등 주로 시사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를 맡았다. 인생의 궤도가 달라진 것은 어느 날 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서 받은 전화 한 통이었다.

 

태 대표는 “(2005년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줍음이 많으니 방송 인터뷰 준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계기로 정치인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업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는 후보자의 방송 토론 준비를 맡았는데 당시 선거판에서 미디어 트레이닝 계약이란 개념이 없어서 두 달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거쳐 정당과 정식 계약을 맺은 국내 첫 사례”라고 했다.

 

이후 정당을 가리지 않고 대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거물급 정치인부터 청문회에 오른 장관들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전담했다. 그는 후보자의 메시지와 표현법, 말투부터 자세까지 세세하게 조언했다. “보통 나이 든 성공한 사람들은 남이 이야기를 해도 잘 고쳐지지 않지만 권력 의지가 대단한 분들은 달랐다. 어느 대선 후보는 비스듬한 자세와 다리 떠는 습관을 사흘 만에 고쳐와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두 사양했다. 그는 “트라우마가 있다. 도와드렸던 분 중 한 사람(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돌아가시고 한 사람(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인(囚人)이 됐다. 이후 정치 쪽은 완전히 관심을 끊었다”고 말했다.

 

태 대표는 2016년 한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 기업의 홍보 대행을 맡으면서 스타트업 홍보 전문가로 거듭났다. 직원 14명으로 ‘부티크’ 홍보대행사라고 부르는 단출한 규모의 회사를 꾸렸다. 구성원은 모두 여성이다.

 

그는 “회사를 세우고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우리는 골프 미팅과 저녁 술자리에 나가지 않는다”며 “대행사가 ‘을’의 입장이다 보니 식구(직원) 중에 이전 직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대신 누구보다 더 고객사와 사람에 관심을 갖고 대한다. 이를 통한 공감대는 술자리보다 더 끈끈하다”고 했다.

 

두 번째 원칙은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이다. 매년 12월이면 크리스마스이브 오전 근무를 끝으로 새해 첫 주 일요일까지 열흘가량 회사 문을 닫는다. 징검다리 휴일도 모두 쉰다. 이달 어린이날 연휴인 6일도 휴무였다.

 

태 대표는 “7번 망한 토스 대표가 끝내 성공하고, PC방에서 출발한 카카오가 대기업이 되는 게 이 세계”라며 “그런 분들 만나면서 에너지 얻고, 일조한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기업은 경제 개발 붐을 타고 맨손으로 부를 일궜지만, 정경유착 같은 문제에 시달렸다”며 “스타트업은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한 한국의 첫 원죄 없는 경제집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업계의 카운슬러 역할도 하고 있다. “밤늦게 연락이 와 일 때문에 힘들다는 토로를 하는 대표들도 종종 있다”며 “왕관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 그분들께 귀가 되어드리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홍보의 마법, 스타트업 전쟁에서 살아남기’라는 책도 냈다.

 

그의 꿈은 확고했다. “업계에서 꼭 필요하고 유니크(희소)한 회사가 되려 한다”고 했다. 평생을 남을 빛나게 하는 일을 해온 태 대표는 “이제 자신만의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다. 남들이 좋으니까 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마음을 끌 자신만의 뾰족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뾰족한 점을 찾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서, 잘하는 것에서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남을 흉내 내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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