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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아동 진술 담긴 영상 기록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입력 : 2022-05-10 07:00:00 수정 : 2022-05-10 02: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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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난해 12월 미성년 피해자 진술녹화물 증거 능력 '위헌' 결정

 

12세 초등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유죄가 선고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피해아동의 진술이 담긴 영상 기록물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A씨는 12세 초등생이었던 피해 아동이 잠을 자기 위해 방에 누워있을 때 성기를 만지며 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 아동의 진술과 조사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속기록을 중요한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런데 2심 판결 후 헌재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헌 결정이 나왔다.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물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 등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면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녹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0조 제6항은 '이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해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조항 중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 만큼이나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건 1심과 2심에서 A씨는 피해 아동의 진술이 담긴 영상과 속기록을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에 대한 증인 신문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에 있는 이만 증인으로 불렀고, 해당 증인은 영상물이 진정하게 성립됐다고 증언했다.

 

대법원에 이 사건이 올라온 뒤 쟁점은 2심 선고 후 이뤄진 헌재의 위헌 결정이 이미 상고심에 와 있는 이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와 위헌 결정이 나온 성폭력처벌법 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먼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은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사건에는 위헌 결정이 나온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이 사건 판단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번째 쟁점인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적용에 대해선 "위헌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성폭력처벌법 조항 위헌 결정 이유와 마찬가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며 "청소년성보호법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헌결정이 나온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는 위헌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유효한 법률이지만, 조문 내용이 동일한 이상 위헌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피해 아동을 증인으로 소환해 진술을 듣고 A씨에게 반대 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증거 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조사 과정을 촬영했더라도, 피고인이 영상물을 증거로 부동의하면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법원은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증인 신문제도 개선 관련 연구나 영장재판 지원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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