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분당은 대장동 현장”
“제겐 제2 고향… 안랩이 있는 곳”
李 겨냥 “일 저지르고 도망” 맹폭
지역 교통·부동산 공약 등 내걸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첫 선거
계양을엔 ‘李저격수’ 윤희숙 고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고 역설했다. 안 위원장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같은 날 인천 계양을 보선에 출마 선언을 한 점을 겨냥해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의 출마에 맞춰 이 고문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재부각하는 한편, 계양을에 이 고문에 맞설 만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연 안 위원장은 “민주당의 12년 장기집권이 이어진 성남은 (영화 ‘베트맨’ 시리즈에서)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다”며 “직전 경기지사와 전임 성남시장들의 추문과 오명, 그 측근들의 부패와 불공정 속에서 도민과 시민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맹폭했다. 그는 “분당은 바로 전 국민적 의혹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게이트’와 ‘백현동 사태’의 현장”이라고도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갑은 제게 제2의 고향이고, 제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안랩이 있는 곳”이라면서 “저는 지역이 지닌 인프라와 인재를 활용해 분당의 미래 가치를 더 확장하고 도약시킬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는 말로 자신이 보선에 나선 당위성을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계양을 출마 선언을 한 이 고문을 두고는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며 “주민의 이익 대신 자기편 먹여 살리기에 골몰하고,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은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역 현안 관련 공약으로 분당의 광역철도망을 비롯한 교통망 대폭 확충, 재건축을 위한 용적률 상향, 리모델링 등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등을 내걸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도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출마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격려해줬다”고 짧게 언급했다. 당 내에서 ‘험지’인 계양을에 안 위원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을 놓고는 “당선인이 경기도 선거 전체를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경기도 선거에 공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분당갑 경선 가능성에 대해선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제 정치인생 최초로 여당 후보로서 2번 기호를 달고 나서는 선거이자, 정치인 안철수가 최초로 일대일 구도로 치르는 선거”라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곧 인수위원장 임기를 마치는 안 위원장이 이번 보선을 통해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면 다음 수순은 당내 기반 다지기와 당권 도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이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일종의 ‘러닝메이트’로 뛰면서 이번 지선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 선거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주길 기대하고 있다. 당의 상대적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에서 안 위원장을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을 기반으로 타 지역에서까지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 차원에선 ‘대장동 시즌2’ 프레임으로 분당갑 보선과 경기지사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도 세워 놨다. 국민의힘은 계양을에 ‘대장동 저격수’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지도부는 오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당갑과 계양을 등 지역구의 공천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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