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의 아파트 전세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가격이 낮거나 선호도가 높은 신축 위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3주 만에 하락을 끝내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올해 서울의 입주예정물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하는데 오는 8월부터는 새 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 만료까지 앞두고 있어 전세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뉴시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하락을 끝내고 13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마지막 주 -0.02% 떨어지며 하락 전환한 뒤 4월 마지막 주까지 13주간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가격이 낮거나 선호도가 높은 신축 위주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이번 주 보합 전환됐다.
민간 통계에서도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4주 만에 상승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0.01% 올랐다. 지역별로는 ▲동작(0.08%) ▲서초(0.05%) ▲노원(0.04%) ▲서대문(0.04%) ▲구로(0.03%) 등이 올랐다.
동작은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서초는 반포동 반포미도1차가 25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노원은 하계동 장미, 공릉동 풍림이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고, 서대문은 현저동 독립문극동이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전세물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의 전세물량은 두 달 전(3만2114건)과 비교해 19.9%(2만5726건) 줄었다.
성북구가 1546건에서 1002건으로 33.9% 감소했고, 강동구(-28.6%), 종로구(-28.5%), 송파구(-27.2%), 동작구(-27%), 노원구(-23.5%) 등의 순으로 줄어들었다.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3월 첫째 주(7일 기준) 120.6에서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128.2로 두 달 동안 7.6포인트(p)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 할수록 전세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이 서울의 전세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되살아나고, 가격이 저렴한 외곽 지역의 물건들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4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은 전월 말(131조3349억원) 대비 2086억원 증가한 131조5435억원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오는 7월 말에 돌아오는 것도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20년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세입자들은 4년(2+2년)간의 전세 계약을 마치고 8월부터는 신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금이 대폭 오른 신규 전세계약 속출하면서 전세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를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라며 "전세로 풀릴 수 있는 신규 입주 물량마저 적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상승폭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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