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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행 처벌법, 성착취 前 그루밍 과정은 제재 어려워 한계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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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8 10:00:00 수정 : 2022-05-08 08: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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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수치심 유발 대화’ 처벌… 범위 협소·자의적
加선 성적 대화 없이 소통 자체만으로 처벌 가능
“성착취 목적 접근 행위도 규제… 법안 개정해야”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도 그에 맞춰 바뀌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으로 불린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루밍 행위를 협소하게 해석해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 2항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게 한다.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할 근거가 마련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그루밍이 ‘성적 의미가 담긴 행위’로 제한돼 그루밍의 과정을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루밍은 성착취의 일종의 준비단계로, 아동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성착취에 저항하거나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과정이다. 아동·청소년과 성적 대화가 지속해서 이어졌다면 이미 그루밍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성적 행위만이 아니라 그 준비단계인 그루밍까지 포괄해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단순히 친분을 쌓으려는 접근과 그루밍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될 수는 있다. ‘교감’을 하는 그루밍의 특성상 성착취가 실제로 이뤄지기 전에는 범죄를 입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에 ‘성착취 목적’의 입증이 전제로 돼 있기 때문에 목적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더 포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 예시. 서울시 제공

또 법 조항에 명시된 ‘성적 수치심 유발’이 감정적이고 자의적이어서 형법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대법원은 2017년 “특히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6도21389) 따라서 ‘수치심을 유발’이란 표현을 ‘성적 부위나 성적 행위 또는 이를 연상시키는 행위나 표현’ 등으로 바꿔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줄이자는 의견이 나온다.

캐나다에는 ‘성적으로 노골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더라도 성범죄를 용이하게 하려고 아동·청소년과 소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또 목적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그루밍을 처벌하기도 한다. 미국의 몇몇 주(州)는 가해자가 성적 행동의 설득이나 유인을 시도했다면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기술을 매개로 미성년자나 미성년자로 보이는 사람과 성적 행위를 용이하게 하거나 제안하는 행위뿐 아니라 성적 관심사에 관한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행위도 처벌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기술매개 성폭력 대응을 위한 법제 정비 방안’에서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행위와 성착취의 대상이 되도록 권유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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