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곳에 가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은 감동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키 큰 나무들 뒤에 숨어 있는 작은 호수, 울퉁불퉁 억센 바위틈에 피어 있는 한 무더기 노란 들꽃, 회색빛 하늘을 고운 주홍빛으로 물들인 노을, 어디 자연뿐이겠는가? 좋은 사람을 발견할 때는 더 설레고 기쁘다. 그 기분은 내일에 대한 기대로 발전하고 그만큼 삶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진다.
여행 중에 우연히 들른 작은 빵집, 수요 미식회에 소개된 빵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정직한 재료의 빵 맛도 훌륭하지만 젊은 부부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다. 어느 날 이사를 간다고 한다. 땅을 사서 빵집과 살림집을 나란히 지었다며 환하게 웃는 젊은 아내. 드디어 월세에서 벗어났다며 아내가 애 많이 썼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젊은 남편. 새로 지은 빵집은 동화 속 작은 궁전처럼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부부는 더욱 아름다웠다. 그들이 잘 되는 게 너무 좋다. 노력하는 만큼 발전한다는 걸 보여주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어느 온천 마을 입구에 칡 냉면집이 있다. 어머니와 아들이 단출하게 운영한다. 냉면집 넓은 마당에는 목공 솜씨가 뛰어난 아들이 만든 색색깔의 의자가 놓여 있다. 잠시라도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손님들 편히 쉬라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 놓은 의자들. 어머니는 직접 만든 빛깔 고운 오미자차를 마당으로 내온다. 맛있다고 감탄하는 손님에게는 유리병 가득 오미자 원액을 담아 싸준다. 찻값을 따로 받으라고 손님들이 아우성이지만 어머니는 그저 웃기만 한다. 아들이 만든 의자에 앉아서 어머니가 만든 오미자차를 마시며 오후의 햇살 아래 손님들은 마냥 행복하다. 그래서 문득 칡 냉면집의 어머니와 아들처럼 베풀며 살고 싶어진다.
그곳에는 남프랑스에서 만난 듯한 예쁜 카페가 있다. 꽃을 좋아해서 카페 안을 온통 꽃으로 장식한 아내와 유명 가수를 닮은 남편이 빵을 굽거나 커피를 내린다. 남편은 삼년째 카페 옆 작은 땅에 집을 짓고 있다. 언제 집이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편 혼자서 짓기 때문이다. 건축자재도 사오는 것보다 얻어 오는 게 더 많다. 건축현장에서 때로는 재활용센터에서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들이 남편의 손을 거치면 멋진 현관문이 되고 식탁이 된다. 아내는 카페에 딸린 작은 방에서 불편한 잠을 자면서도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 남편 역시 허겁지겁 시간을 재지 않는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매사에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그 부부의 ‘느림의 미학’ 덕분인지 모른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늘 달리는 중’인 현대인이 잃고 사는 걸 그곳에서 만나기 때문일지도. 이렇듯 살면서 좋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즐거울 뿐 아니라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며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좋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며 삶이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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