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족관에 남은 고래 22마리
환경단체 “바다로 돌려보내라”
일각에서는 수족관 고래의 바다 적응 우려도

‘46마리’
이는 지난 13년간 국내 수족관에 갇혀 지내다 죽은 고래 수입니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갇혀 있는 고래 수는 22마리입니다. 2013년을 제외하고 매해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 수가 적게는 2마리, 많게는 6마리였습니다. 지난해는 5마리가 죽었습니다.
수족관에 갇힌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46마리’ 대신 ‘68마리’를 적어야 할지 모릅니다.
◆거제씨월드·제주퍼시픽랜드에서 모두 22마리 폐사
3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은 고래가 지내고 있는 곳은 거제 씨월드(큰돌고래 6마리·벨루가 3마리)입니다. 거제 씨월드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고래가 1∼3마리씩 모두 11마리 죽었습니다. 개장할 때 20마리이던 고래가 이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도 큰돌고래 4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간 죽은 고래는 8마리나 됩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도 큰돌고래 4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그간 폐사한 고래는 모두 3마리입니다.
제주 퍼시픽랜드(현 퍼시픽리솜 마린스테이지)에는 남방큰돌고래 1마리와 큰돌고래 2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거제 씨월드와 같은 숫자인 무려 11마리가 폐사했습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벨루가가 각각 1마리 남아 있습니다. 두 수족관에서는 그간 벨루가 2마리씩, 모두 4마리가 죽었습니다.
제주 마린파크는 고래를 타고 만지는 체험관을 운영했던 터라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던 곳입니다. 여기는 2010∼2020년 고래 8마리가 죽어 이제는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은 “수족관에서 죽은 고래 대부분은 병사로 자연사가 극히 드물다”며 “물 자체가 오염돼 있어 패혈증 같은 병에 고통받은 경우가 많고, 원래 넓은 바다에서 살다가 좁은 수족관에 갇히니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방류가 옳다지만…수족관 고래의 바다 적응 우려도
환경단체는 당장 국내 수족관에서 지내는 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해오고 있습니다. 어린이날(5월5일)을 이틀 앞둔 이 날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수족관 고래 바다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어린이날도 많은 어린이가 고래를 보러 수족관을 찾을 것”이라며 “고래 수족관은 고래의 안식처가 아니라 무덤터다. 고래 수족관에서 고래를 바라보는 건 곧 고래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란 슬픈 사실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래는 야생에서 수심 700m까지 잠수하며 가족 단위로 헤엄쳐 다니는 무리생활을 보통 합니다. 지능지수도 60∼70 정도로 알려져, 평생을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 지내게 하는 게 반생태적 행위라는 데 많은 분이 공감할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족관 고래의 자연 방류가 무조건 ‘옳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 수족관에서 지내는 고래 대부분이 일본 다이지나 러시아에서 온 것들인데, 무작정 우리나라 바다로 돌려보낼 경우 환경이 달라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겁니다. 원래 서식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상당한 기간을 수족관에 적응한 고래가 자연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고래 방류를 진행하려면 각 개체의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공원 수족관에 지내던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 7마리를 2013∼2017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바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이런 경험을 살려서 일본에서 포획된 큰돌고래와 러시아에서 들여온 벨루가에 대해 적절한 조치와 방류 계획을 수립해 그들 고향인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단체는 고래 방류뿐 아니라 고래 사육·전시 금지를 골자로 하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도 촉구했습니다. 살아있는 고래의 수출·수입·전시를 금지한 국가는 모두 10개국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2016년 범고래보호법을 제정해 범고래 전시를 금지했습니다. 캐나다도 2019년 고래류 신규 전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류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그간 수족관 영업허가 조건을 개선하는 수준으로 관련 법 개정을 이어왔는데, 그 정도로는 수족관 고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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