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용산 미군기지 오염 등 사안 답변 제대로 못 해

“‘복합적’이고, ‘다각적’이고, ‘종합적’이고, ‘전체적’이고, ‘조화로운 방향’으로 답변으로 계속 주세요.”
2일 오후 5시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현장.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한화진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던 중 “(한 후보자 답변 중 이런 수식어를)굉장히 많이 듣고 있다”며 이같이 말하자 주위에서 공감하는 듯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쯤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한 후보자가 질문에 내놓고 있는 답변 대부분이 추상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장 의원은 “걱정이 된다. 조금 명쾌하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답변을 주시면 좋겠다”며 “그래야 해결이 된다. 우리는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가 두루뭉술한 답변을 계속 내놓는 데 대해 질타가 쏟아졌다. 한 후보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연구원 출신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자 발표 당시 ‘환경 전문가’라는 이력이 부각됐지만, 실제 인사청문회에선 개별 사안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보상의 주요 쟁점인 기업별 분담률과 ‘종국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장 의원 질문에 “여기서 답을 드리긴 어렵다. (장관 취임 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만 말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반대 의사를 내놨다. 조정안에는 이들이 최대 9240억원인 조정액 중 60%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기업들은 조정안에 따른 보상이 이뤄질 경우 모든 보상이 완전히 종료돼야 한다는 종국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한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은 데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만 답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송 의원이 “환경부 소관 사안인데 잘 살펴보겠다고 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제가 긴장했다.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예상 정화 기간 등을 물은 데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이 잇따르자 전문가로서 부각됐던 한 후보자의 이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장철민 의원은 “최근 10년 내 후보자가 (환경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을 한 글이 없다. 여러 정부위원회에서도 활동했는데 구체적인 발언이 없었다”며 “후보자가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배출권할당위원회에 여섯차례 서면으로 참석했지만 한 차례도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도 25번 회의 중 20번 동안 발언이 없었다.
야당에서도 한 후보자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은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뿐 아니라 수십 개 소속·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후보자는 거대 기관을 관리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수평적 소통으로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타 부처와의 업무조정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을 지내며 쌓은 정책조정 경험과 공공기관에서 조직을 관리한 경험으로 부처·이해관계자와 소통,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환경부 소관 정책은 그 특성상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 관할에도 걸쳐 있는 사안이 많다. 한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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