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객 “판결 다시 하라” 법정 소란
시민단체 “法, 학대에 경종 못 울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의 형량이 징역 35년으로 확정됐다. 그간 양모에게 엄벌을 내릴 것을 촉구해온 시민단체는 “항소심에서 감형된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해 절망스럽다”며 재판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살인·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정인이 양모 장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임한 혐의를 받은 양부 안씨에게도 징역 5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양부모와 검사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장씨의 살인 고의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고,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도 종전 판례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특히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경우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독일 등 다른 국가의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도 검사는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그보다 중한 형인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이 선고된 사건에서 검사가 상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안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며 징역 35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장씨가 병원으로 이동하며 정인이에게 CPR(심폐소생술)를 한 점, 장씨가 분노와 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통제·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던 점 등을 감형 이유로 들었다.
앞서 장씨는 2020년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같은 해 10월13일 정인양의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 법정 안에서는 소란이 벌어졌다. 일부 방청객은 “이럴 거면 법원이 왜 필요한가”, “판결을 다시 하라”고 소리 질렀다.

법정 밖에서도 재판부를 향한 분노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대법원 앞에서 ‘정인이 추모식’을 진행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판결 소식을 들은 후 허탈감을 드러냈다. 두 자녀를 둔 오모(40)씨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위해 양부모에게 엄벌을 내려 달라는 진정서를 수백통 접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협회 공혜정 대표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때 엄벌을 내린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2심에서 형량을 깎고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해 절망스럽다”며 “법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리라 기대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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