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도바 서부의 친러 성향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연쇄 폭발에 대해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몰도바는 최근 이 지역에서 일어난 공격이 ‘러시아가 군사 작전을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벌이는 자작극’으로 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이날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전쟁을 지지하는 파벌이 있다”며 이번 공격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연이어 일어난 폭발에 대해 “크레믈궁과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연이틀 수상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날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리오폴스키 지역에서는 라디오 방송탑 두 개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 방송탑이 부서졌다. 전날에도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칭 수도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에서 로켓추진수류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 일어나 건물 창문이 깨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온 3명이 국가보안부를 향해 테러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몰도바는 즉각 반발했다. 몰도바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사건의 목적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안보 상황을 악용할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후로 지목된 우크라이나 측도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계획된 도발”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구실로 러시아가 이 지역에 군사행동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CNN은 며칠 전부터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도부가 건물에 벙커를 설치하려 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의 주장을 전했다. 정보국은 “이번 도발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반 우크라이나 정서를 주입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일어난 이번 폭발이 ‘가짜 깃발 작전’을 위한 구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이 선제 타격한 것처럼 조작해 공격의 빌미를 만드는 기만 수법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처럼 도발을 구실로 군사행동을 확대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앞서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은 “러시아군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를 지나 몰도바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리독립을 선언해 1992년 몰도바와의 전쟁을 거쳐 현재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세력이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자칭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가 사실상 이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몰도바의 영토로, 미승인국으로 분류된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군 1500여명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는데,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 서부 침공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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