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아동’ 묶어서 교육땐 역효과
저소득층 많이 분포… 안전망 구축 시급

“느린학습자들은 자신의 속도대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보폭은 누구나 다르잖아요. 느린학습자들을 편 가르지 않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익중(사진)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공교육 체계에서 느린학습자들도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교육’이나 ‘대안학교’로 아이들을 몰아내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소신에서다. 정 교수는 “아이들을 나눠서 교육하게 되면 사회적 낙인이 일찌감치 찍히게 된다. 천편일률적 교육에 뒤처지게 하지 않고 공적 돌봄을 통해 교육 속도를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또래보다 학습이 더딘 학생들을 ‘학습 부진’ 아동으로 묶어 교육한다. 그러나 느린학습자들은 이 중에서도 배움이 느려 방치되기 쉬운 실정이다. 정부로부터 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특수학급에서 따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수학급 구성원은 지적장애 아동들이 대부분이어서 느린학습자들에게 교육 수준이 오히려 낮을 수 있다. 결국, 현행 제도권 교육에서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사랑의열매는 2020년부터 느린학습자들의 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느린학습자들은 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지난해 사회성 기술평정시스템(SSRS) 측정에서 평균 13.2%의 증가율을 보였다.
정 교수는 “학교에서 느린학습자 증상이 조기 발견됐다면 사회생활 적응도 수월하고, 학습 상황도 더 좋아질 수 있었다”며 “하지만 회복이 안 될 정도에 이르러 뒤늦게 발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느린학습자의 사회적응력 향상 지원사업 등을 통해 사랑의열매와 전국의 아동청소년 관련 사회복지기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지금은 일부 아이들만 대상으로 하지만 점차 공교육에도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느린학습자들은 특히 제때 양질의 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가정에 많이 분포해 교육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사랑의열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들의 공부방인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초등학생 중 느린학습자로 의심되는 아동은 2020년 기준 26.7%에 달했다. 정 교수는 “느린학습자들의 자립을 위해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이들을 위한 고용 정책도 향후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부 문의 080-890-1212
협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