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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파괴하는 러시아”…위성으로 우크라 문화재 공격 밝혀

입력 : 2022-04-26 17:02:00 수정 : 2022-04-26 15: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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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이나서 문화재 침략
7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도 위협
“러시아의 예술품 약탈 증거 있어”
러시아군이 파괴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드라마 극장. 가디언 캡처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군이 곳곳에서 문화재 파괴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최소 191곳의 문화 명소가 피해를 봤고,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문화재 약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54년 헤이그협약은 역사적 기념물과 문화유산을 목표로 공격하는 행위를 국제법상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학자들은 이번 전쟁을 ‘문화적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위성 조사로 밝혀진 문화재 참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문화재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한 박물관의 위성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박물관의 연구실은 지난 한 달간 위성을 통해 추적한 결과 58개의 교회, 모스크, 사원 및 대성당과 111개의 기념물과 9개의 공공 기념물 등 약 191곳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문화재가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 박물관 연구팀을 이끄는 고고학자 헤이든 바셋은 “고고학 유적지, 기념물과 건물에 대한 폭력은 우크라이나 가정에 가해지는 부상과 사망의 증가하는 수에 비하면 하찮게 보일 수 있지만, 국가와 역사에는 문화와 유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우리는 위성을 통해 연중무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인류학자 브라이언 다니엘스는 “(러시아군의) 공격은 이제 민간 기반 시설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박물관과 문화유산이 이 초토화 정책의 대상이 됨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3월 10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주택가에서 포격 후 손상된 교회를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연구팀이 원격 감지 및 위성 이미지 조합을 통해 확인한 2만6000개의 문화 유적지 가운데는 키이우의 황금 돔형 성 소피아 대성당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도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러시아군의 문화재 공격을 발견하면 사진 등 증거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보낼 것을 촉구했다.

 

◆“수백만 개 예술품들도 약탈 등 우려”

 

글로벌 예술 단체 게티(Getty)는 지난 24일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이반키프 박물관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비잔틴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수세기에 걸친 세계 문화유산이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민속 예술가 마리아 프리마첸코(Maria Prymachenko)의 작품 25점이 유실됐다고 밝혔다. 프리마첸코는 유네스코가 민속 예술 분야에 대한 그녀의 공헌을 인정하여 2009년을 ‘프리마첸코의 해’로 선언하기도 한 세계적 예술가다.

 

게티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되고 있는 문화적 잔학 행위와 측량할 수 없는 인명 및 환경적 손실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동료들과 연대한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은 문명사회의 핵심 가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엄청난 규모의 비극이다”라며 “세계의 물질적 문화유산은 우리의 공동 유산이자 모든 인류의 정체성이자 영감이다. 문화유산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으며 평화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루카시브카에서 러시아 군인들의 군사 기지로 사용하고 파괴한 교회의 모습. 가디언 캡처

지난달 28일에는 우크라이나의 17세기 유산 하르키우 홀리 도미션 성당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장식물들이 심하게 파손됐다. 하르키우 미술관 미즈기나 발렌티나 관장은 “예술작품 2만5000여점이 있는 미술관 주변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떨어져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면서 “직원들이 작품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국립 역사박물관 관장 페디르 안드로슈척은 동료들과 박물관을 공격이나 약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외신에 전했다. 그는 “박물관은 세 곳의 훌륭한 교회와 가까운 풍부한 문화유산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일부 가능한 표적(우크라이나 보안국과 국경군)과도 가깝다”고 설명했다.

 

게티는 “특히 키이우가 러시아 역사와 그 뿌리에 대한 푸틴의 해석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이 약탈당하여 러시아 박물관으로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1800년대와 1900년대 초반에 우크라이나에서 만들어진 많은 유물이 이미 두 곳의 가장 훌륭한 러시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크림반도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로 보내졌다는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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