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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제도는 강제노동”… 폐지 요구 나선 복무자들

입력 : 2022-04-21 20:00:00 수정 : 2022-04-21 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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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효 ‘ILO 협약’ 준수 촉구

“신체·정신건강 고위험군인 4급
非국방 분야서 노동 착취” 주장
치료 제 때 못 받아 건강 악화도

현역입대 선택권 부여 법개정엔
“정부 자발적 선택 주장 어불성설”

ILO도 “강제노동 해당돼” 인정
2021년엔 헌소… 법조계 기각 전망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병무청 마스코트인 ‘굳건이’ 이미지를 태우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제공
#1. 사회복무요원 A씨는 중증 우울증과 사회공포증으로 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지만, 그의 업무는 불법 주차 단속 및 민원 응대 등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민원인 등에게 시달리면서 증상은 날로 악화했다. 괴로움을 호소한 끝에 근무지를 옮겼지만 A씨는 현재도 전화 응대 업무 등을 하고 있다.

#2. 허리 디스크로 대체복무를 하게 된 B씨는 엄청난 물량의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고 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그의 허리 상태는 더 나빠졌다. 점심시간마다 부서장 등의 점심 메뉴를 일일이 물어보고, 직접 배달까지 하느라 정작 자기 점심은 거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대체복무하면서 뭐 그리 힘들다고 그러냐” 등 직원들의 폭언에 시달리곤 한다.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발효된 가운데, 사회복무요원들이 “사회복무요원제도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며 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이 모여 결성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무제도는 군 복무에 부적합한 4급 대상자들을 복지시설 등 국방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착취하는 제도로, 국제적 기준에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즉각 폐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약 20명의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현역병도 모인 이들은 이날 병무청 마스코트인 ‘굳건이’ 이미지를 태우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ILO의 기본협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면서 이들은 29호 협약을 근거로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문제 삼고 있다. 21일 노조에 따르면 이 협약에선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를 강제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성격의 작업에 대해 의무 병역법에 따라 강요되는 노동 또는 서비스’는 강제노동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민간에서 비군사 분야인 사회서비스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은 강제노동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ILO도 2007년과 2012년 한국의 사회복무제도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4급 보충역에게 현역 입대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을 지난해 개정했다. 보충역이 현역 복무를 원할 경우 현역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선택권을 확대함에 따라 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은 “선택지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자발적 노동이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몸이 아파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데 정부의 병역법 개정은 선택이라는 이름의 강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신체·정신건강 고위험군인 청년들이 4급 판정을 받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군은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신체검사 기준 완화 등을 통해 입영 대상 인원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뇌종양 수술을 받은 한 남성이 4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것이 한 사례다. 병무청은 원래 ‘중추 신경계 종양’ 항목에서 양성이면 5급 판정을 내렸지만, 양성이더라도 ‘신경학적 결손이 없을 경우’ 4급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헌법소원심판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법에 국제법 존중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인용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는 헌법보다는 하위의 법률로 간주해 헌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는다. 헌법에서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는 만큼 사회복무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노조는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이들은 지난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지청은 “사회복무요원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특별한 지위다”며 반려한 바 있다. 사회복무요원노조는 헌법상 결사체로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조합원으로 10여명을 모집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는 160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모여 소식을 공유하고 노조 가입 문의를 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 등도 검토 중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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