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활권역 15분내… 편의성 극대화
주거·녹지 등 5개 도시모델 만들어
시민수요 맞는 차별화된 시책 적용
가덕신공항 어반루프·북항 재개발
비즈니스·도시관광 연계 복합도시로

부산은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류와 제조업이 발달해 국내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불황 등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학업과 일자리를 위해 대거 빠져나가고 출산율까지 감소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때 450만명에 달했던 부산 인구는 지난 2월말 기준 339만2600여명까지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부산의 인구 추이를 보면 2011년 358만6000여명에서 해마다 1만여명이 줄어 10년 만에 19만여명이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11년 41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68만4000여명으로 26만5000여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4·7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도시 활력 제고를 위해 과감한 체질변경에 나섰다. 다양한 인구정책으로 젊은이가 머물고 싶고 노년층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 시장은 부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15분 도시’를 중심으로 △가덕신공항 연계 어반 루프 건설 △2030 세계박람회 유치 △북항 재개발 2단계사업 추진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등을 통해 부산을 일상이 편리하고 행복한 그린스마트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15분 도시
15분 도시는 가정에서 도보·퍼스널 모빌리티·대중교통을 이용해 15분 이내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생활권 도시’를 의미한다. 시는 15분 도시 조성을 위해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조성 △직장·문화·상업시설이 공존하는 역세권 콤팩트 타운 조성 △민·관 협업을 통한 공유 모빌리티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모빌리티 기반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와 10년 이상 된 공개공지(일반에 상시 개방되는 대지 안의 공간)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도시공원과 도시 숲 등 탄소흡수원의 지속적인 확충과 낙동강 하구 둑 기수 생태계 복원, 생태하천 정비 등 수생태계 복원도 추진 중이다.
시는 행정동을 중심으로 부산을 62개 생활권으로 나누고, 중심지를 거점으로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한 15분 생활권의 범위를 확장했다. 생활권의 유형은 공간·인구·지형·주거 등의 지표를 분석해 상업·산업·주거·복합·녹지형 등 5개 유형별 대표 생활권을 시범 구역으로 설정하고, 차별화된 시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15분 도시의 비전은 행복한 공동체로, 삶의 질이 높은 매력적인 삶터 만들기로 집약된다. 5개 생활권 유형 중에서 파급력이 높은 3∼5개 시범 구역을 지정하고, 다양한 시책 사업으로 유형별 15분 도시 모델을 만들어 시민 수요 기반, 지역사회 주도형 공모를 통해 시 전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가덕신공항 연계 어반 루프 건설
부산시는 박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어반 루프를 건설해 가덕신공항에서 부산 도심까지 가장 빠르게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어반 루프를 대구와 목포까지 연결하면 가덕신공항까지 가장 빠른 시간 내 도달할 수 있어 명실공히 가덕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자 허브공항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반 루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스페이스X CEO가 고안한 ‘하이퍼 루프’의 한국판 버전이다. 밀폐된 진공 튜브에서 자기장으로 추진력을 얻어 차량을 이동시키는 운송 수단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약 1200㎞에 달한다. 하이퍼 루프가 장거리 운송 수단이라면 어반 루프는 도심형 단거리형으로, 하이퍼 루프의 기술을 활용하되 운행노선이 짧아 시속 200∼300㎞대로 속도를 낮춰 운행한다.
가덕신공항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릴 부산항 북항을 거쳐 동부산관광단지까지 41㎞를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하이퍼 튜브(한국형 하이퍼 루프)’의 핵심기술을 어반 루프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반 루프가 도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안전성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어반 루프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때문이다. 시는 어반 루프가 건설되면 유발생산효과 15조7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5000억원, 고용유발효과 15만7000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
부산시는 기존 도심과의 통합 개발을 통한 원도심 재생과 친수 공간 조성, 유라시아 관문 및 해륙교통의 요충지 개발, 국제 해양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조4221억원을 투입해 올해까지 1단계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2030년까지 2단계 사업으로 자성대 주변을 3개의 집객시설로 조성해 국제비즈니스 및 도시 관광 등이 연계된 복합 도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은 부산항만공사(BPA) 주도로 진행한 반면, 2단계는 부산시가 대표 사업자로 BPA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도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도심과 연계한 통합 개발을 추진한다. 사업이 완공되면 북항에는 국제적인 관문 기관과 오페라하우스, 마리나 등 해양문화 관광 관련 시설이 들어서 기존 북항의 모습을 완전히 변모시키게 된다. 시민들이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시는 북항 그랜드 마스터 플랜을 통한 글로벌 명품도시 도약과 함께 오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이곳에서 개최한다.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이 완공되면 주거와 상업, 업무, 숙박, 관광 및 MICE 국제회의장이 들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동남권 광역교통체계(BuTX) 구축
부산시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본떠 부산·울산·경남에 광역급행철도를 구축하는 ‘동남권 광역교통체계(BuTX)’를 본격 구축한다.
BuTX는 부산과 울산, 경남을 하나의 경제 생활권으로 연계해 수도권 과밀화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자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접목을 통해 동남권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시는 지난달 29일 해운대 벡스코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동남권 미래혁신 BuTX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차세대 교통시스템 도입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 추진 △부·울·경 메가시티 광역급행철도 추진 △철도기술 및 물류 기술개발을 위한 정보 교류 및 산학연 상호 교류 지원 △도시철도 신기술 공법 기술개발 협력 및 현장적용 수행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기술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열차 시스템과 수소전동차,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다양한 차세대 철도시스템을 동남권 미래혁신 광역교통체계에 도입하는 등 미래혁신기술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도심지 내 지하공간을 활용해 주요 거점을 시속 200㎞ 이내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남권 미래혁신 광역교통체계로 경제성·신속성·안정성을 갖춘 ‘부산형 광역급행철도’ 구축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 조직 과감하게 재정비… 장기표류산업 선정 활로 모색
“부산 시정 방향을 새롭게 가다듬기 위해 시민 일상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미래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시민 행복을 실현할 전략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박형준(사진) 부산시장은 지난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혁신의 파동으로 부산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1년간 ‘중단 없는 지속 가능한 부산시정’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시민들의 삶을 보듬고 시정을 바로세우는 게 중요했다.
먼저 붕괴된 부산시의 조직 재정비로 ‘어공’(정무직)들의 전횡을 바로잡고, 인사를 통해 시청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그런 다음 공약 사업인 ‘15분 도시’ 조성과 어반 루프 건설,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 추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동남권 광역교통체계 구축 등의 사업 추진에 매진했다.
오랫동안 방치돼 왔던 12개 장기표류 사업을 선정하고 사안을 △갈등 △정책결정 △제3자 연계 △신속추진 유형으로 분류한 뒤, 특성에 따라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박 시장은 “부산을 국제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페라하우스와 글로벌 미술관 유치와 같은 세계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이자 수도권과 버금가는 생산축으로, 청년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산과 울산, 경남을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으로 묶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함께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동남권 광역교통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 시장은 “수도권은 광역철도 노선과 GTX 건설로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가는 반면, 비수도권은 광역경제권 발전이 더딘 실정”이라며 “동남권 광역교통체계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가덕신공항 접근성을 높이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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