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초반 공급을 시작한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산본·중동)는 30년 전후의 노후단지가 대부분의 차지한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하면서 분당과 일산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19일 뉴시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11일 기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상승해 지난 1월24일(0.02%) 이후 11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양시 일산동구(0.07%)는 지난달 21일부터, 일산서구(0.02%)는 지난달 7일부터 집값이 오름세에 진입했다.
5개 1기신도시의 상당수 주택들이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앞두고 있거나 초과했고, 윤 당선인의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재정에 집값이 반등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 1일 분당 서현동 시범삼성아파트 전용 171㎡는 24억9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가는 2020년 10월 17억원(15층)으로, 약 1년반만에 8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서현동 시범현대아파트는 지난 19일 전용 193㎡가 20억5000만원(4층)에 거래돼 지난해 5월 18억9000만원(3층)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시장 수급도 매도자 위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비서울 수도권 지역은 지난달 9일 대선일을 기준으로 대체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1기 신도시는 감소했거나, 증가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을 보면 경기도 42개 시·군·구 중 일산서구는 대선일보다 매물이 1.2%(3190건→3154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0.3%(3385건→3154건) 감소했다.
3월9일 이후 거래가 많이 된 아파트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거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가격이 저렴하지만 실거주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들이 주를 이뤘다. 분당에서는 서현동 시범한양(13건), 시범삼성한신(7건), 시범우성(6건)이 차례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일산서구에서는 문촌마을기산쌍용(11건), 강선8단지럭키롯데(8건) 등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경기 부천시에서는 중동 미리내마을은하수타운(6건)과 설악주공(5건)이, 경기 군포시에서는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1차(12건)의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1기신도시 5곳의 규모가 30만 가구에 이르는 만큼 지역에 따라, 단지 별로 사업 속도에는 차이가 클 전망이다. 섣불리 재정비사업을 시작했다가는 가격 폭등과 전월세난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5개 지역 사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시장 혼란이 크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적고, 도시계획 전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 간단하지 않다"며 "순차적으로 분산시킬 계획이 마련돼야 사업이 첫 삽을 뜰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팀장은 "새 정부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플랜의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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