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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패턴의 정원… 르네상스 건축 꽃피우다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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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3 13:08:00 수정 : 2022-04-23 13: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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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루아르 계곡
강 따라 300여개의 크고 작은 중세의 성들 찬란하게 빛나
佛·이탈리아의 혁신적인 장식 결합된 ‘아제르리도 성’ 내부시설도 화려
르네상스 마지막 성 ‘빌랑드리 성’ 매혹적인 프렌치 정원으로 유명
아제르리도 성

루아르 계곡(Vallee de la Loire)은 ‘프랑스의 정원’, ‘프랑스어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강을 따라 위치한 역사 깊은 마을에 수준 높은 건축학적 유산들이 즐비해 있다. 누군가에게는 프랑스의 성이라 하면 ‘베르사유 궁전’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엽서에서 봄 직한 아름다운 성들은 대부분 이 근처 성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부아즈 성, 빌랑드리 성, 슈농소 성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들이 루아르강과 함께 역사를 품고 자리한다.

루아르 계곡은 백년전쟁 전선 지역이자 프랑스와 영국의 주요 격전지였다. 전쟁 기간 동안 영국의 끊임없는 파리 위협으로 궁정은 오랜 기간 투르에 머물러야 했다. 덕분에 이 일대는 프랑스 인본주의와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지역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중세 요새들은 허물어지고 오락과 휴양을 위한 성들로 재건 또는 확장하였다. 프랑스 왕들은 대규모 성을 이곳에 건축하였고, 귀족들은 왕의 행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온난한 기후와 비옥한 계곡에 지어진 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성들, 천년이 지나 찬란함으로 빛나고 있다.

세계 문화유산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발 드 루아르 관광청(Val de Loire Tourisme)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어느 성에서 숙박할까. 계곡 주변 투렌인, 세계 최고 동물원 중 하나가 있는 보발, 강둑 작은 마을 앙부아즈, 포도원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농, 프랑스 르네상스를 경험하기에 적합한 아제르리도, 미식가를 위한 로슈 등 마을마다 매력이 넘치지만 고민 끝에 투르에 있는 성에서 머물기로 했다. 투르는 ‘프랑스어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언어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투르 성당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자리를 내줄 때까지 유럽 성지 순례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중세 시대 유럽 성지인 이곳, 투르 아침은 이슬 젖은 나뭇가지가 기지개를 켜며 시작한다. 샤토(Chateau)라는 이름이 붙은 성 호텔이지만 현대적으로 개조된 시설이라 춥지 않았다. 보통 프랑스 겨울 날씨는 뼈를 아린다고 할 정도로 으슬으슬한데 투르 아침은 밤새 뜨겁게 달아오른 라디에이터 덕분인지 덥고 건조하다. 아침 식사를 위해 객실을 나서니 복도 역시 후끈거린다. 이상기후 탓인지 난방 때문이지 포근함이 어깨를 감싼다.

아제르리도 성. 프랑수아1세 통치 기간 동안 시농 지역, 16세기 앵드르 중부 섬에 세워졌다. 프랑스 전통과 이탈리아의 혁신적인 장식이 미묘하게 결합된 건축물은 16세기 이 지역, 발 드 루아르 건축의 새로운 예술 아이콘으로 르네상스의 보석이라 일컫는다.

처음 방문할 성은 아제르리도 성(Chateau d'Azay-le-Rideau)이다. 프랑수아 1세 통치 기간 시농(Chinon) 지역, 16세기 앵드르(Indre) 중부 섬에 세워졌다. 프랑스 전통과 이탈리아의 혁신적인 장식이 미묘하게 결합된 건축물은 16세기 이 지역, 발 드 루아르 건축의 새로운 예술 아이콘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시골길을 한적하게 운전하여 성에 도착했다. 관광객이 몇몇 보이지 않아 적막할 듯한 성은 오히려 평안하고 고요하다. 산책하듯 정원을 가로질러 성으로 들어선다. 각층마다 꾸며진 아늑한 침실, 정교한 조각 장식, 다양한 가구, 호화로운 초상화와 태피스트리 등이 눈길을 이끈다. 섬세하고 다채로운 아름다움 속에 프랑스 생활 예술을 엿본다. 건물을 나와 뒤로 돌아서니 공원이 이어져 있다. 먼발치에서 올려다보니 건축물은 그 아래로 흐르는 물에 반사되어 멋진 실루엣을 물결에 띄운다. 화려한 성의 정면이 거울에 비치듯 반사되어 햇살에 반짝인다. 이 모습에 많은 사람이 반했을까. 왜 이 성을 르네상스의 보석이라 일컫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빌랑드리 성. 아방가르드 건축물이라 불리며 매혹적인 프랑스 정원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따라 다른 품종으로 장식한 채소 정원, 물의 정원, 태양의 정원 등 미학과 다양성 그리고 조화가 결합되어 꽃과 채소, 나무와 물이 어우러져 있다.

아제르리도 성을 출발하여 15분이 지나지 않아 다음 목적지인 빌랑드리 성에 도착했다. 거리는 11㎞이지만 시골길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천천히 이동했다. 루아르 강둑에 지어진 르네상스 시대의 마지막 빌랑드리 성(Chateau de Villandry)은 아방가르드 건축물이라 불리며 매혹적인 프랑스 정원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따라 다른 품종으로 장식한 채소 정원, 물의 정원, 태양의 정원 등 미학과 다양성 그리고 조화가 결합되어 꽃과 채소, 나무와 물이 어우러져 있다.

 

성에 들어서니 관리자가 보이지 않는다. 정원은 개방되어 있고 성 내부는 잠겨 있다. 보수 공사 중이라 정원과 주위 산책로만을 둘러보기로 했다. 르네상스의 새로운 건축 기법에 따라 현대적으로 건설되었다는 성은 다른 성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정원에 꽃은 다 피어오르지 않았더라도 확실히 나뉜 구획으로 마치 기하학적인 도안이 바닥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건축물과 정원의 선과 대칭, 그리고 비율이 흥미롭다.

오샹 투르. 프랑스 대형 마트이다. 오늘날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틈에서 루아르 계곡의 비옥한 땅에서 나온 와인과 치즈를 사들며 저녁을 준비한다.

호텔로 돌아오기 전 외곽의 대형마트에 들렀다. 오늘날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틈에서 루아르 계곡의 비옥한 땅에서 나온 와인과 치즈를 사들며 저녁을 준비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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