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과 함께 사는 삶 지원을”

“우리는 2001년부터 외쳤던 기본적 권리이자, 법적으로 명시된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를 국가 책임 하에 예산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를 이어왔다. 이동할 수 있어야 교육받을 수 있고, 노동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달 발표한 논평 일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동권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장애인 권리’는 이동권에서 교육권·노동권·탈시설권으로 이어진다. 장애인 권리 예산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교육·노동·시설의 현실까지 살펴봐야 한다.
전장연은 “장애 배제적인 교육 환경으로 인해 교육 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262만3000여명의 37.6%는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이하(무학 포함)로 추정된다. 교육기본법 제8조는 ‘모든’ 국민이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지만, 장애인 3명 중 1명은 이를 보장받지 못한 셈이다.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교육 불평등은 더욱 두드러진다. 만 25∼64세 장애인의 최종학력을 살펴보면 중학교 이하 31.1%, 고등학교 45.0%, 대학 이상 23.9% 수준이다. 같은 해 OECD가 집계한 우리나라 25∼64세 전체 국민의 교육수준은 중졸 이하 11%, 고등학교 39%, 대학 이상 51%였다.
이동하지 못하고 교육받을 수 없던 장애인은 노동의 자리에서도 소외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4.6%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비장애인 포함) 고용률인 61.2%의 절반 수준이다. 고용형태 역시 불안정하다. 장애인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33.2%)와 일용근로자(14.5%) 비율은 전체인구(각각 22.8%, 6.3%)보다 높았다.
시설은 이동권·교육권·노동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어버린다. 시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그 권리를 일부 누릴 수 있게 하면서, 시설 밖 사회는 여전히 비장애인중심이기 때문이다. 전장연이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수용시설 중심의 장애인정책을 변화시키는 패러다임 변화”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67.9%, 정신장애인인 62.2%는 비자발적으로 시설에 입소한다. ‘자발적’이라는 답변조차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거나 자신을 돌볼 수 없어서’ 스스로 입소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건 오롯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책임으로 남는다면 장애인은 시설로 내몰리게 된다. 탈시설권은 장애인도 시설 밖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요구다.
전장연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권리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방안으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과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원의 거주시설 예산 6224억원 수준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장애인 복지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0.6%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2.02%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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