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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작가 “최약체 토끼, 반대로 무섭게 만들자 생각”

입력 : 2022-04-14 20:49:10 수정 : 2022-04-14 20:49:09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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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저주토끼’ 뒷이야기 밝혀
차기작 상어·멸치·김 등 소재 구상
번역 안톤 허 “문장 아름다움 반해”
소설집 ‘저주토끼’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문학상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오른쪽)와 번역가 안톤 허.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주토끼’ 집필 과정과 번역의 어려움, 한국문학의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뉴시스

환상호러 웹진 ‘거울’에서 ‘정도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2015년 말, 동양 전통의 12지신 특집을 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제안이 나오자 개나 돼지, 용, 호랑이 등 멋있거나 익숙한 동물은 거의 선택이 끝났고 그 앞에 남은 건 양과 토끼뿐이었다.

“양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토끼를 선택했지요. 토끼는 동물 중에서 거의 최약체라고 하더라고요. 무기가 될 것이 없더라고요. 예쁘고 귀여운 동물이어서 반대로 무섭게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리하여 토끼를 소재로 하되, 과거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억울하게 파산한 회사 이야기와, 군사독재 시절 쌀 자급자족 정책 때문에 맥이 끊길 뻔했던 쌀로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써내려갔다.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6편)에 오른 정보라(46) 작가 소설집 ‘저주토끼’(아작)의 표제작 이야기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정 작가와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는 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집 창작과 번역, 한국 문학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 작가는 “쓸 때는 마음 가는 대로 썼는데, 부커재단에서 높게 평가해줘 감사하고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집과 관련해 “인간의 쓸쓸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술에 걸린 사람들에 의해 괴물의 제물이 됐다가 간난신고 끝에 괴물과 맞섰던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흉터’가 대표적이다.

“보통 영웅이 괴물을 물리치고 나면 공주와 행복하게 산다는데, 과연 트라우마가 사라질까요. 피해자들이 모든 걸 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트라우마와 기억을 부각시킬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폭력적으로 썼지요.”

정 작가는 차기작과 관련해선 “해양수산물 시리즈를 쓰고 있는데 문어는 썼고 상어, 멸치, 김 등을 소재로 새 소설을 쓸 예정”이라며 “포항 남자를 만나 포항으로 시집을 갔는데 제사상에 저만한 문어가 오르는 게 충격적이라 구상하게 됐다”고 웃었다.

허 번역가는 “‘저주토끼’는 다방면에서 잘될 책이라고 생각했다. ‘저주토끼’가 성공한 건 신기한 일은 아니다”며 “문학성, 그 중에서도 문장의 아름다움에 반해 번역을 먼저 제안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커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후보에 오른 번역가들이 번역뿐 아니라 해당 작품을 인정받기 위해 해왔던 노력과 고생을 너무 잘 안다. 어느 분이 상을 받아도 제가 받은 것처럼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작 발표일은 5월 26일.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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