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400원에 선박용 150만ℓ 매입
정상 경유 섞어 주유소 21곳 유통
경찰, 일당 50명 검거… 4명은 구속
부산서도 등유 섞어 판 일당 적발

2020년 2분기 이래 차랑용 경유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기준 1ℓ당 1108.24원이던 차량용 경유 가격은 매분기 조금씩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엔 1508.85원으로 1500원을 넘어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올해 1분기엔 1607.65원으로 1600원대마저 넘어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된 지난 3월엔 무려 1826.93원으로 치솟았다.
고유가를 틈타 가짜 경유 500만ℓ를 제조·판매해 15억원의 이익을 남긴 5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소수 주범들의 일탈이 아닌 전국의 주유소 21곳과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50명을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해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가짜석유 공급·알선·유통·탈색 총책 4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2년간 전남 여수시 오동도 인근 해상에서 고유황 성분의 선박용 경유를 ℓ당 400원에 150만ℓ를 불법 매입했다. 선박용 경유는 붉은색이기 때문에 전남 구례군 소재 유류 저장소에서 차랑용 경유 색인 노란색으로 탈색했다. 이후 정상 경유와 1대 2 비율로 섞어 가짜경유 500만ℓ를 제조했다. 노란색으로 선박용 경유를 탈색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탈색용 차량을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경유를 공급·알선·유통·탈색하는 총책 4명은 전국 주유소 21곳(대구, 경북, 충남, 충북, 전북, 경기)과 공모해 ℓ당 약 1400원에 판매해 15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특히 공급·알선·유통·탈색 과정을 점조직으로 구성해 각 단계마다 서로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여기에 운행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가짜 석유를 유통시키며 단속에 철저히 대비했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2만8000ℓ, 1만ℓ 차량 2대다.
경찰은 가짜 석유 500만ℓ 중 남은 13만ℓ 상당을 폐기하고 1만ℓ는 증거로 보관 중이다. 나머지 486만ℓ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용 경유는 정상 경유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황 성분이 포함돼 있어 미세먼지 유발 등 환경오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경유에 값싼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로 수억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경유에 등유를 섞어 판 주유소 운영자 40대 A씨와 직원 2명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A씨 등이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 사하구 주유소에서 하루에 약 2만ℓ의 가짜 경유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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