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인의 동의 없이 아파트에서 고양이 10여마리를 키우고 집 내부를 훼손한 임차인이 복구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임대인에게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3단독 김현룡 판사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고, 고양이 배설물 등에 따른 오염 청소비와 내부 수리비 등으로 총 3848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18일 판결했다.
앞서 아파트 소유자 B씨는 2020년 10월, A씨와 2022년 10월까지 2년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반려동물 키우는 행위를 극도로 꺼렸던 B씨는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서 부동산을 관리하고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는다는 특약도 넣었다.
하지만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을 하던 A씨는 B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집에서 고양이 총 16마리를 키웠고, 이후 고양이 울음소리와 집에 쌓인 배설물 냄새가 외부로 퍼져 나온 것 등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주민들과 B씨로부터 ‘고양이 사육을 중지하라’는 요구를 지속해서 받았으며, 나중에는 시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조사를 나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동물생산업 목적으로 중성화 없이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된 민원으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리던 B씨는 A씨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A씨도 자신의 특약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 지난해 9월 퇴거했다. A씨는 이전에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유로 임대인들과 분쟁이 생겨 소송에 이르거나 보증금 일부만 받고 계약을 해지한 적이 있다.
A씨의 고양이 사육으로 방과 주방·화장실 등의 타일과 문 등이 오염되고 훼손됐으며, B씨 의뢰로 집을 청소한 어느 전문업체는 집 내부의 불결한 상태가 상상을 초월한 나머지 ‘쓰레기 집’이라며 표현했다고도 알려졌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 부동산을 고양이 사육장으로 이용했다”며 “이는 명백히 임대차계약상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해지 통보 또는 합의해지로 인하여 종료했으므로, 피고는 임대인이자 소유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의 부동산을 원상으로 복구해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도의 이상옥 변호사는 “임차인 행위는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하는 특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택 등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 분쟁도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가능한지와 손해발생 시 배상액 등을 특약으로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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