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심으로 델타·오미크론 결합한 ‘델타크론’ 변이 감염 보고
영국서 오미크론+스텔스오미크론 결합한 ‘XE’ 변이 600명 감염
코로나 대유행, 중·소규모 유행 우려…소아과 질환 토착화 예상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정점을 지나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각국이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일상 회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델타크론’이나 ‘XE’ 변이 등 새로운 변이가 계속 발견되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상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나 감염에 의한 면역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도 대규모 유행이나 중·소규모의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합쳐진 ‘델타크론’과 기존 오미크론(BA.1)과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결합한 ‘XE' 변이 등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9일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재조합에 의해 델타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사례를 공식 확인했다.
델타크론이 발견되자 전 세계는 긴장했다.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과 델타 변이의 높은 치명률이 합쳐진 새 변이가 나올 경우 방역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델타크론이 위협적인 변이가 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변이는 3월 30일 기준으로 프랑스(70건)․덴마크(8건) 등 유럽에서 81건가량이 발견됐으며 미국과 호주 등에서도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오미크론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델타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오미크론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기존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한 항체 형성으로 델타크론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델타크론의 임상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 않아 크게 우려할 요소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크론은 오미크론과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부터 나왔는데 아직 유행하고 있지는 않다.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변이의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전파력과 중증화율이 높아진 변이가 나타날 경우 대유행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XE 변이는 영국에서 감염자가 600건 이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BA.2가 BA.1보다 전파력이 30~50% 이상 강해진 점을 볼 때 XE 변이는 전파력이 더욱 강화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XE가 BA.2보다 약 10% 더 전파력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바이러스 변이로 인해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 감소는 다양한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지속되면서 재감염이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통한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들 것임은 예상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음 유행이 곧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현재의 유행도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게 해 준다”며 “이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감소세 이후에도 다시 중간 정도 규모의 유행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전파력이 높은 변이가 살아남아 독감처럼 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COVID-19 소아청소년 감염 현황과 대책’ 온라인 포럼에서 “지난 40년간 나타났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들은 면역이 미성숙한 소아를 중심으로 토착화되는 결과를 보였다”며 “결국 전파력이 굉장히 높고 중증도가 낮은 지금 오미크론과 같은 모습의 우세종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소아는 성인에 비해 면역계가 덜 발달했기 때문에 성인에서와 같은 과염증에 의한 중증화는 적다”면서도 “오미크론 유행 이후 질병의 중증도는 낮고 사망도 적지만, 유행 규모가 워낙 커 확률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중증 감염과 사망 사례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감염된 사람들의 숫자인 분모가 커지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홍역, 백일해와 같은 부담을 주는 모습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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