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30일 두부로 베이징 생산 두부 중국 전역 공급 가능
10년만 2020년 흑자… 고급화 전략, 달라진 유통시장 공략

지난달 중국 대형 유통업체 허마에서 풀무원 중국 법인 ‘푸메이뚜어(圃美多)’에 상하이에 공급할 두부 20만모를 요청했다. 상하이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역 봉쇄로 허마 상하이 매장들이 지역 업체에서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허마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상하이시 주민 2600만명이 사흘 동안 먹을 수 있는 두부 20만모 생산에 돌입했다. 풀무원이 짧은 시간 안에 20만모 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연간 두부 6000만모, 시간당 6000모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2공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두부 원조 국가 중국에서 풀무원이 전국 유통망을 가진 거의 유일한 업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풀무원은 경제적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입맛과 품질 모두를 사로잡고 있다.
풀무원 중국 법인 푸메이뚜어는 넘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최근 베이징 동북부 핑구구에 제2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31일 베이징 시내에서 1시간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풀무원 중국 공장에 들어서자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중국에 있는 식품 공장이지만, 중국 특유의 향은 많이 나지 않았다.

왼편에 만두와 면류를 생산하는 제1공장과 그 옆에 최근 완공한 두부류 전문 제2공장 등 대규모 공장 2개 동이 눈에 들어왔다. 2공장은 2020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3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2146㎡ 규모로 설립됐다. 이전에는 1공장에서 만두·면류·두부 등을 생산했지만, 빠르게 느는 두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문 공장을 조성했다.
2공장에선 시간당 6000모, 1년 6000만모 이상 두부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 내 전체 생산량은 연간 1억모가 넘지만, 설비들이 흩어져 있어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중국 공장의 생산량이 최대다.
2공장은 전자동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10시간 가량 콩을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갈아 두부로 만들고, 포장하는 데까지 사람 손이 직접 관여하는 과정은 없다.
연간 두부 6000만모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시설이지만 직원이 하는 일은 용기에 두부와 간수가 잘 담겼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벽돌을 찍어내 듯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포장두부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풀무원의 두부가 중국 전역에 질 좋은 두부로 알려져,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허마, 코스트코, 샘스 등의 업체 공급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2010년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중국 진출 초기 중국 두부 1모 가격은 1∼2위안(약 190∼380원)에 불과했다. 당시 생산 시설이 없어 한국에서 가져와 팔았던 풀무원의 두부 1모 가격은 10위안(약 1900원)이었다. 가격 경쟁력이 안됐지만, 품질 하나를 믿고 풀무원은 운송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손해를 보면서 조금씩 유통망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2012년 베이징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고 전국적인 콜드체인을 구축하면서 두부 가격을 5위안대로 낮출 수 있었다.
중국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식품 안전에 대한 수요도 커지면서 중국 두부보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믿을 수 있는 한국 풀무원 제품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연평균 10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두부는 땅이 넓은 중국에 지역마다 두부기업이 있다. 시골에도 그 지역에 공급하는 두부 업체가 있을 정도로 수백개의 두부 업체가 있다. 이 업체들은 다른 지역에 판매를 많이 하지 않는다.
포장두부를 판매하는 풀무원은 유통기한이 한 달이다. 베이징에 공장이 있지만 전국에 두부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국 배송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업체다.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 우마트 등 전통적인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을 주로 하던 풀무원은 신유통업체인 허마에 공급을 시작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허마는 매장 판매도 하지만 대부분이 집에서 인터넷 주문후 집앞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중국 유통 방식이 대형 유통업체에서 허마과 샘스클럽(회원제) 등으로 변화하는 점을 포착해 집중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전 대형 유통업체가 중장년층을 상대로 한다면 허마는 20∼30대 등이 타겟이다. 단순히 가격 위주로 선택하던 소비자가 아닌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연령층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매장에 가기보다 인터넷 주문이 확산하면서 중국에서 허마를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맞춰 풀무원도 두부를 비롯해 파스타, 만두, 핫도그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 판매가 급증했다.
두진우 풀무원 중국법인 대표는 “중국 제품과 차별화한 고급화 전략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중국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의 지갑을 열게 했고, 사업 초기 높은 물류비용으로 손해가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통망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점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진출후 매년 적자를 보던 풀무원 중국법인은 2020년 매출 3억2000만위안에 영업이익 3900만위안으로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실적은 매출 1억6600만위안에 영업손실 1000만위안이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억8600만위안에 영업이익 5700만위안으로 커지는 등 흑자 폭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2025년 매출 30억위안을 목표로 내걸었다. 5년 만에 6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중화권의 권위 있는 브랜드 평가기관인 아시아브랜드(Asiabrand)에서 ‘2021년 아시아 500대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베이징 1·2공장을 중심으로 두부를 포함한 신선식품의 생산을 확대하고 향후에는 충칭, 상하이, 남방지역에도 냉동·냉장 가정간편식 생산 기지를 건설해 중국시장에서의 성장세를 가속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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